오해와 착각이 유독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대체로 오해할 충분한 근거와 착각할 개연성 또한 주어져 있다. 5월 첫주 독립영화관(KBS2TV 금, 새벽 1시15분)에서는 그런 유전자적 ‘질환’이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농담이며 짧은 영화 특유의 반전이 매력이다. 게다가 코믹한 설정과 이젠 상업영화계에서도 더러 볼 수 있게 된 배우들이 제각각 빛을 내뿜는다.
<나는 왜 권투심판이 되려 하는가>(최익환 연출, 35mm, 컬러, 18분, 2000년)의 주인공은 장래 희망이 권투심판인 9살짜리 진수다. 엄마는 아직껏 젊음을 잃지 않은 호랑낭창한 몸매와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고, 아빠는 적당히 게으르고 왜소한 착한 표정의 남자다. 문제는 진수가 자신의 아빠가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왜 나는 권투심판이 되려 하는가? 생각해 보니 계기가 없다. 그래서 엄마의 과거 행각을 조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드러난 사실, 엄마에게는 세명의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세명은 진수의 아빠에게 엄마를 빼앗긴, 절치부심하는 사나이들이었다. 영화는 리듬감 있는 생략과 반전으로 휘돌아치면서 마지막엔 그 반전의 아우라를 짙게 남긴다. 아, 인생은 오해와 착각의 연속인가보다!
또 다른 영화는 <돌아보면>(김선민 연출, 16mm, 컬러, 12분, 2001년)이다.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쟁 부문에서 상영된 바 있는 이 영화의 무대는 서울의 어느 가난한 풍경이다. 좀 모자란 아이, 동네를 시끄럽게 하는 신출내기 우체부 그리고 구로동의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선주. 그녀에게 아버지가 봄옷을 사왔다. 슬프다. 돌아서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더욱 슬프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