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자서전 <싸울 기회>에서, 자신이 처음 정치에 뛰어들 무렵 들었던 한 여성 전문가의 조언을 소개한다. “우리는 시도해야 합니다. 한 여자가 선거에 출마하면 다음번 여자가 훨씬 더 쉽게 출마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여자들이 승리하게 될 거예요.” 물론 다른 전문가의 말처럼, 공직에 나서는 여성은 남성에겐 펼쳐지지 않는 가시밭길을 밟아야만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녀의 외모를 먼저 언급하고 나서 그녀가 한 말에 대해 이야기하죠.”
뉴욕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역시 같은 고민을 했다. “여성이 출마 준비를 할 땐 세상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결정을 해야 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은 201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 도전했던 네명의 여성 후보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거액의 기업 후원금을 받으며 오랫동안 지역구를 지켜온 남성 정치인들과 맞서기로 한 이들은 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끝없이 전화를 돌린다. 사람들이 자신을 믿게 하려 애쓰는 한편, 사람들을 실망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역시 사람들 앞에 나서기로 한 여성이 져야 하는 이중의 짐이다. 결국 이 여성들 모두가 승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승리했고, 누군가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싸움의 기록은 남았다. 그런 식으로 세상은 조금씩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