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악덕 사업주를 응징하는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을 보고, 화요일 밤 11시에 KBS2로 채널을 돌리면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 2019>(이하 <회사2019>)가 이어진다. 의자 바퀴가 걸리는 ‘쫄대’ 유무로 직급에 따른 사무실 권력 서열을 가늠하는가 하면, 풍수지리연구원이 출연해 수맥이 흐르는 자리와 승진 명당 자리를 골라낸다.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한 초밀착 리얼 오피스 드라마’를 표방하는 <회사 2019>는 우리에게 묻는다. “오늘, 당신의 자리는 안녕하십니까?” 지난해 9월, 파일럿으로 먼저 선보인 6부작 <회사 가기 싫어>에는 “대한민국 직장인 1680만명”이라는 내레이션이 있었다. 직장인의 기준이 뭘까. 사무실 출퇴근 유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수는 2017년 기준으로 1988만명. 이중에서 파견·용역·위탁·도급·사내하청 형태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347만명이다. 주 5일 근무를 하며 스스로 직장인이라 답해도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는 파견직은 고용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장풍>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은 일반직 공무원 히어로다. 그의 활약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주기 위해 과장된 면이 있고, 사업주측에 ‘갑질 재벌’의 이미지를 씌워 손쉬운 공분을 사게 하는 점이 우려스럽다. 하지만 일을 하고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과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업주가 얽힌 복잡한 고용구조를 전달할 때만큼은 극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