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못난 아들의 질기고 아픈 사랑을 그린 영화 은 김종진 촬영감독에게는 “하고 싶은 영화와 해야 하는 영화 중 하고 싶은 영화였다”. 연출을 맡은 강지은 감독과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필름 세대로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공간에서 드러나는 진솔한 감정”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그것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길은 험난했다. 한정된 예산과 스케줄 안에서 그가 원했던 모든 장면을 구현할 수는 없었던 것. 기강(손호준)이 어린 시절 어머니 순옥(김해숙)과 지내던 목포 집과 잘못된 선택으로 가게 된 교도소로 주요 공간을 나눈다면 가장 헌팅과 세팅이 어려웠던 공간은 목포 집이다. “요새 그런 분위기의 섬마을 식당이 없다. 그래서 끝내 못 찾고 세트를 지어야 했다.” 관객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공간은 교도소다. 이곳은 “콘트라스트가 강한 공간으로 어머니가 찾아올 때부터는 노을빛이 스며들도록 구상했다. 애초에는 울트라 파인 렌즈나 마스터 프라임 렌즈를 쓰고 싶었으나 제작 여건상 캐논 렌즈를 선택해야 했다”. 김종진 촬영감독은 이번 영화의 크레딧에 자신과 오랫동안 작업했던 B캠 이충희 촬영감독의 이름을 함께 올렸다. “벌써 12년 넘게 함께하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에 넣기로 했다.” 또, 김종진 촬영감독의 촬영을 적극적으로 도운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손호준 배우다. “기강이라면 이런 행동을 할 거라면서 자기가 만들어왔는데 아주 명민하더라. 목포 집을 떠나올 때 자전거 타고 방파제로 와서 바다에 버리는 장면은 본인이 상당 부분 아이디어를 냈다.” 김종진 촬영감독의 가슴을 가장 크게 움직인 장면은 기강의 편지를 읽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찍을 때다.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영화 전체의 감정을 잘 담고 있는 뒷모습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홍종오 감독의 (2002)을 시작으로 촬영팀에 몸담은 그는 로 입봉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어느 순간 입봉이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다 입봉하고 보니 한컷 한컷이 정말 소중하더라. 내 컷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서정민, 정광석 촬영감독 등 1세대 촬영감독들 밑에서 배우며 오랫동안 갈고닦은 자신의 취향, 그리고 그가 깨닫게 된 소중한 컷들로 이뤄진 영화, 더 자주 보게 되길 바란다.

THAT'S IT - 연필

“시나리오를 받으면 항상 이 연필로 내 느낌을 메모한다. 연필로 빛이나 색감, 촬영 아이디어 같은 걸 적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연필을 항상 지니고 다니게 된다.” 얼마나 오래 가지고 다녔는지는 직접 만든 뚜껑만 봐도 알 수 있다. 굳이 연필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날로그 감성이 있어서 그렇다고.

FILMOGRAPHY

영화

2019 <크게 될 놈>, 2018 <소녀의 세계>, 2016 <봉이 김선달>

드라마

2019 <킬잇>, 2018 <은주의 방>, 2018 <백일의 낭군님>, 2017 <로봇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