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마야 도모유키(33)는 일본 영화계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해온 피아영화제를 통해 등장한 젊은 감독. 92년 단편영화 <샤쿠넷츠의 닷지볼>로 피아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뒤, 이듬해 피아 장학금으로 첫 장편 <이 창문은 너의 것>을 만들었다. <나쁜 녀석들>은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만화 캐릭터 같은 표정과 포즈로 사진촬영에 임했던 그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이 뒤섞인 태도로 질문에 응했다. 성장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나쁜 녀석들>에 이어 올 가을경 자신의 세 번째 장편을 디지털로 찍을 계획을 갖고 있다.
<나쁜 녀석들>에 대한 일본관객의 반응은 어땠는가.
사실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나쁜 녀석들>과 함께 극장에 걸린 영화가 불행히도 <아멜리에>였다. 극장에 가봤을 때 <아멜리에>를 보려고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웃음)
일본 관객에게 일본 영화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들었다. 정말인가.
그런 편이다. 그런 건 일본 노래를 들어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가사의 많은 부분이 영어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일본 사람들은 서양 사람이 되고싶어한다는 것 같다는 얘기다. 이건 영화에 관한 문제 이전의 얘기인 것 같다.
이번에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에 초청받았다. 독립영화가 뭐라고 생각하나.
일본에서의 독립영화는 처음에는 메이저 영화에 대응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대립구도가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독립영화 감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영화감독의 특성상 한 작업이 끝나면 다시 백수가 되어버리는데(웃음), 그런 기간 동안엔 내가 감독이라고 불려도 좋을지조차 확신이 안 선다. 이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파 내가 과연 독립영화감독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웃음).
보통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부분으로 꼽는 게 재정문제인데 그런 말이 없는 걸 보니 당신에게 이 문제는 그다지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글쎄. 사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재정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 중요한 건 감독이 자기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에 있지 않나.
그렇다면 앞으로 영화를 하면서 계속해서 공통적으로 풀어가고 싶은 화두가 있는가.
성장의 단면을 포착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다. 성장이라는 건 꼭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다음 영화는 한심한 한 어른이 좀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성장이란 사람이 변해가는 과정이다. 영화에 나오는 선생님은 계속해서 정직함을 강조한다. 교육자로서 정직을 강조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거고, 오히려 그런 선생님을 아이들이 본받을 인물로 그릴 수도 있었을텐데 아이들을 억압하는 선생님의 표상을 그런 식으로 잡은 이유는 무엇인지.
사회가 당연시하는 가치가 있고 어른들은 그런 가치를 따르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그런 가치들을 따른다고 해서 사회 안에 성공적으로 안주하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이런 생각이 들면 사회가 바라는 가치에 대한 신념이 무너질 수 있다. 아이들이 어른에게 반항을 하는 건 당연하다. 논리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쳤건 아니건, 기존의 가치에 대해 반항을 하고 부딪히려 하는 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권장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손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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