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킹 라이프
Waking Life | 리처드 링클레이터 | 미국 | 2001 | 101분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는 늘 말이 풍부하다. <슬랙커><비포 선라이즈> 등 어른도 아이도 아닌 20대 주변의 불투명한 꿈과 가파른 성장기, 사랑의 혼란스러운 속내를 요모조모 파헤쳐온 이 미국 독립영화계의 재담꾼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삼키고 사는지를 종종 일깨운다. 그의 첫 장편 디지털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도 마찬가지.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한 청년의 시선을 따라 일상의 무수한 표정과 대화에 귀기울인다. 공연자들에게 연주의 느낌을 설명하는 뮤지션, 자기파괴를 부르는 소외와 고독을 말하는 남자의 분신자살, 이불 속에서 죽음과 환생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연인들(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 삶을 둘러싼 갖가지 대화와 독백이, 초현실주의적인 몽상처럼 일렁이는 이미지와 함께 흐른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실사영상을 한 프레임씩 채색한 영상은 묽은 수채화처럼 반투명한 느낌인가 하면, 실사에서 보기 힘든 회화적인 색감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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