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즙’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전적으로는 ‘물기가 들어 있는 물체에서 즙을 짬. 또는 그 즙’이라는 의미지만, 언제부터인가 남자(연예인)의 매력을 애써 찾아내려는 행위를 가리킬 때도 종종 쓰이고 있다. 문제는 짜낼 물기라곤 없는 데서도 즙을 내려는 한국 사회의 관성인데, MBC 새 예능 프로그램 <호구의 연애>를 보면 무리한 착즙의 폐해를 알 수 있다. ‘호구’란 ‘호감 구혼자’의 줄임말이라 주장하며 허경환, 박성광, 양세찬, 장동우, 김민규 등 남자 연예인 5명과 20대 여성 4명이 함께 여행을 가는, 이제는 그만 우려먹을 때도 된 듯한 이성 짝짓기 리얼 버라이어티 쇼다.
새로울 것 없는 구성인 만큼 <호구의 연애>는 남성 출연자들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스튜디오 패널들의 멘트(“진심인 거야”)와 호들갑스러운 자막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멍뭉미’, 이성에게 딱히 인기가 없으면 ‘슬로 매력남’, 특정 지역 출신 남자에게만 부여되는 방패인 ‘감정 표현에 서툰 경상도 사나이’까지 온갖 수식어로 ‘호구’들을 치장하지만 이 모든 시도는 낙엽을 착즙하는 것만큼이나 힘겨워 보일 뿐이다. 소통 능력 부족과 예의없는 모습을 서툴러도 귀엽다고 봐주기엔 스물여섯에서 서른아홉이란 나이는 적지 않고, 하나같이 아름다운 여성 출연자들에 비해 대부분 외모가 매력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응원할 수도 감정이입할 수도 없는 이 ‘연애’는 대체 누구를 위한 착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