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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잃어버린 계곡>의 감독 팜 누에 지앙 인터뷰
2002-04-30

“미국영화속의 베트남, 오해가 많다”

팜 누에 지앙(45)은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베트남 영화를 맛보게 한 주인공이다. 후반작업 때문에 이미 한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녀는, <잃어버린 계곡>이 한국 제작자 이인식씨를 통해 후반작업을 마쳤으며 배급사가 미로비전이라는 것으로 관객과 만나기 전에 이미 한국과의 연을 쌓고있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포럼에 초청된 바 있는 이 영화는 ‘베트남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이미 베트남영화 발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

베트남 영화가 베트남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

베트남 영화로 대중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국내 및 해외에서 상을 타서 언론에 알려지면 조금 관심을 갖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의 멜로나 액션영화가 훨씬 인기가 많다.

여태까지 영화속의 베트남은 미국의 시각에서 본 베트남 전쟁의 무대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영화에서 묘사되는 디테일들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베트남의 역사와 민족적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베트남에서 만들어진 베트남전 관련 영화도 많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전쟁의 비극과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전쟁 영웅을 묘사하는 작품을 더 달가와한다.

아이들이 많이 나오지만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세 명의 선생님이며 이야기도 그들의 사랑과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고산지대이지만 그곳도 현대 베트남 사회의 한 조각이다. 소외된 벽촌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들의 꿈과 외로움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 중 직업 배우는 남녀 주인공뿐이고 영화에 등장하는 소수민족은 촬영지인 고산지대에서 현지 캐스팅한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들을 통해 영화의 진실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여성 감독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말해달라. 여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어려운 점이 있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밤새 술을 먹으면서 유대감을 증진하거나 하는 걸 못하니까. 그러나 그건 부차적인 거고 어쩌면 매우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사람을 설득시킬 만한 근거와 재주가 있느냐는 거다. 그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촬영 현장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베트남에서’ 영화를 만드는 데에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정적인 부분이다. 아직까지 영화에 대한 지원은 정부가 중심이 되서 이루어지는데 제작편수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재정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톤을 유지하거나 스케줄을 변동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또 한가지 문제는 영화교육을 받을 만한 곳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거다. 베트남에는 공식적인 영화학교가 한 군데밖에 없다. 따라서 좋은 영화를 뽑아내는데 장비나 기술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많다. 검열도 존재하나 지금은 앞서 말한 두 문제가 너무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검열 문제가 아직까지 영화발전의 장애가 된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손원평▶ 씨네21 [2002전주데일리]홈페이지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