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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유럽아트애니메이션, 무엇이 다를까?
2002-04-30

고전 회화와 음악이 창작의 모태

29일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는 애니메이션 저널리스트 오토 앨더의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스위스 출신인 오토 앨더는 애니메이션계의 국제적인 연대를 추구하는 온라인 사이트 애니메이션 월드 네트워크(AWN)와 국제애니메이션필름 협회(ASIFA), 그밖에 <애니메이툰> 등의 잡지를 통해 다양한 비평 활동을 펼쳐온 저널리스트. 오타와, 안시 등 세계 주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와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고, 1995년에 스위스 판토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오토 앨더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페도르 키투르크 특별전’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페도르 키투르크>의 감독이자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의 강연자로 전주를 찾았다.

1시간30여분 가량 계속된 강연은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부문의 프로그래머인 전승일 감독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토 앨더는 “렌 라이, 오스카 피싱어 등 적극 추천하고 싶은 걸작을 모은 실험애니메이션, 라울 세르베 회고전, 페도르 키투르크, 베벨 노이바우어 등 내 기준으로는 마네와 피카소, 워홀에 비견할 만한 아티스트들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영화제와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내가 아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유럽 애니메이션 예술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는, 유럽에 뿌리를 둔 애니메이션의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최근작 4편에 드러난 경향을 소개했다.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다른 많은 예술 분야와 달리 그 본질과 특성, 유형에 따른 분류가 없었다는 점이 핸디캡이었다. 그런 분류가 없다는 것은 불행히도, 애니메이션은 코믹 타입뿐이라는 통념에 기여했다.” 앨더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한된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 뒤, 상업적인 경향이 우세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예술로서의 애니메이션의 기술적·미학적 발전을 추구해온 유럽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강조했다.

앨더는 스위스 작가 조지 슈비츠게벨의 <소녀와 구름>, 노르웨이의 여성감독 루니 랑엄의 <엑스페디션> 등 단편 애니메이션 4편을 지난 2년간 발표된 작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았다. 이들 단편은 추상 미술과 음악 등 다른 예술과의 영향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해온 유럽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보여준다. 물흐르듯 흘러가는 구름과 소녀의 회화적인 이미지와 클래식의 매력적인 결합을 보여주는 슈비츠게벨의 <소녀와 구름>은 회화에서 움직임의 긴장을, 음악에서 시각적인 영감을 끌어낸 유럽 애니메이션의 예술적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앨더는 이를 “색과 형태의 세심한 균형이 돋보이는 칸딘스키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차가움과 뜨거움의 색조 대비, 무거움과 가벼움, 그 모든 것이 주는 긴장과 역동성의 영향”으로 설명했다.

앨더가 말한 이런 영향은 “단지 표피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색채를 문자 그대로 폭발시키는” 실험 애니메이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형태와 선, 색채의 추상적인 움직임을 담은 노르웨이의 여성감독 루니 랑검의 <엑스페디션>, 전주영화제의 실험 애니메이션 섹션에 소개된 베벨 노이바우어의 추상 애니메이션은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또한 1970년대 이후 가장 중요한 변화였던 페미니즘의 분출과도 연결된다. 앨더는 “예술 세계가 남성들만의 영토로 여겨졌던 시대에 줄기차게 창조 활동을 펼쳐온 몇몇 선구적인 여성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재발견되면서 일련의 재능있는 여성 애니메이터들에게 문을 열어줬다”고 분석했다.

황혜림

(사진설명: 29일 열린 유럽아트애니메이션 강연에서 오토 앨더(사진 가운데)가 발제를 하고 있다.)▶ 씨네21 [2002전주데일리]홈페이지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