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TVIEW]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조들호와 박신양

검사에서 노숙자로 전락했다가 약자를 돕는 변호사로 돌아온 조들호(박신양)가 새 이야기를 시작했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에서 그는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진다. 성폭행 가해자측의 말을 믿고 변호를 맡은 조들호의 차에 피해자가 뛰어들고, 들호는 이후 변호사 일을 포기한다. 자책으로 일상을 무너뜨린 그는 까치집 머리에 삼선 슬리퍼를 신은 추레한 몰골로 고농도의 진정성을 뿜고 다닌다.

초임 검사 시절을 함께했던 수사관 사망사건을 뒤쫓는 조들호는 문상을 갈 때도 진흙탕에 구른 점퍼와 슬리퍼 차림으로 나타났다. 상복을 입고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는 윤소미(이민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잊을 정도로 애도하는, 그런 진정성이다. 의례나 격식을 개의치 않는 ‘꼴통’ 캐릭터가 없지 않았지만, 늘 진지하게 몰두하는 박신양이 연기하면 진정성의 농도는 더 짙어진다. 누가 그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국일그룹 기획조정실장 이자경(고현정)은 타인을 도구로 삼는 소시오패스다. 사람을 죽이러 나온 창고에서 전용 티 세트를 준비시키고, 사무실을 그리스 신전마냥 대리석 기둥으로 장식해놓는 등 민망한 자기도취 설정을 고현정은 그럴싸하게 바꿔놓는다. 폐인 같던 조들호를 번뜩이게 하는 스위치의 유일한 주인이 박신양이라면, 고현정은 형광등이 파르르 떨리다 불이 팍 켜지는 과정을 보여주듯 이자경을 구체화한다. 극본이 성에 차진 않지만 둘의 만남을 만화 <유리가면> 보듯이 즐기고 있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