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혹은 잘해내고 싶은 일에 착수할 때마다 불안하다. 감히 내가 이걸 해도 될까? 망치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쟤도 하는데 뭐 어때?’라고 정신승리하는 것인데, 요즘은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몇몇 ‘사장님’들이 ‘쟤’를 담당하고 있다.
준비 없이 식당을 차려놓고 노력 없이 돈이 벌리기만 바라며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상한 고집까지 부리는 바람에 ‘빌런’이라 불리는 이들이 대체로 20, 30대 남성이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홍탁집’ 가니 ‘고로케집’ 오고, ‘성내동 피자집’ 가면 ‘청파동 피자집’ 왔듯 계속 새로운 분노유발자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에겐 많은 공통점이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 금세 들킬 거짓말, 앞뒤 안 맞는 주장, 영혼 없는 수긍, 회피하는 듯한 자세, 끝나지 않는 핑계 그리고 당장 오늘 장사를 시작해도 자신들보다 나을 MC 조보아를 그저 ‘예쁜 여자’로만 취급하는 태도까지. 백종원이 언성을 높이거나 말거나, 자신의 음식에 밑도 끝도 없는 자부심을 지닌 그들은 내가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왜 칭찬해주지 않느냐는 듯 억울해한다. 요리, 접객, 심지어 의사소통의 기본도 안 돼 있는 이들의 강력한 자기애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만약 이들이 여성이었다면 쏟아졌을 비난의 양과 수위를 상상하면 아득해지곤 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제가 벌써 떠오르는 별이더라고요?”라며 웃을 수 있는 여유는, 그래서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