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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영화⑰] <기묘한 가족> 이민재 감독 - 죽이기보다 살아남기를 중심으로 좀비 가족영화 만들기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9-01-09

“이것은 좀비영화가 아니라 가족 코미디 영화다.” 이민재 감독이 영화를 소개하며 강조한 건 ‘좀비’가 아니라 ‘가족’이다.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에 등장한 좀비때문에 벌어지는 예측 불허 소동극이다. 가족으로 엮인 개성 강한 캐릭터와 예상을 비껴가는 황당한 사건들이 영화에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불어넣는다. “충청북도 보은에서 두달간 합숙하며 촬영했는데, 촬영이 없는 날에도 다들 집에 돌아가지 않고 현장에 머물렀다.” 훈훈하고 끈끈했던 촬영장의 분위기까지 듣고 나니 <기묘한 가족>이 담아낼 가족의 모습과 유머가 더욱 기대된다. <기묘한 가족>은 이민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어떻게 좀비 코미디 영화를 구상하게 됐나.

=기본적으로 코미디영화를 좋아한다. 유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2010년 여름쯤 초고를 썼는데,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시절에 느닷없이 영화적 상상을 해봤다. 전염병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좀비한테 물리면 전염병이 나을 수도 있지만 좀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아이러니를 그리면 재밌을 것 같았다. 지금의 영화는 가족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나리오 첫장에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의 이미지를 썼던데, 혹시 참고한 좀비영화가 있나.

=따로 좀비영화들을 챙겨 보진 않았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기묘한 가족>과 비슷한 코드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탭들과 소통할 때도 오히려 좀비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 얘기를 많이 했다. 예를 들면 <고령화 가족>(2013)이나 <괴물>(2006) 같은 영화들이다. 그럴 때마다 스탭들은 ‘이 영화를 참고하라고요?’하는 표정이었지만 (웃음) 내 머릿속에는 분명한 그림이 있었다.

-배경이 충청도의 어느 소도시라는 설정도 중요해 보인다.

=좀비나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단절된 공간을 찾으려고 했다. 도시가 배경이면 ‘좀비가 나타났다’ 하고 끝이지만 시골이 배경이면 ‘좀비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게 뭔데?’가 되니까 정보의 단절에서 오는 코미디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내가 충청도 출신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좀비 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충청도였다. (웃음) 충청도 사투리의 어감을 많이 살리려 했고, 실제로 배우들이 사투리 연습을 많이 했다. 억지스러운 사투리 개그는 경계했다. 충청도 어느 마을에 진짜로 살고 있는 가족처럼 보이는 게 중요했다. 충청북도 보은에서 두달간 합숙하며 촬영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엔 배우들이 정말 그 동네에 동화돼 있었다.

-아버지 만덕, 첫째 준걸, 둘째 민걸, 셋째 해걸이 영화 속 가족의 축이다.

=만덕은 가부장적인 아버지다. 장남 준걸은 흔한 중년의 가장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마라’는 게 삶의 모토다. 서울로 유학 갔던 차남 민걸은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트러블 메이커이자 나름 가족 중 인텔리다. 늦둥이 딸 해걸은 엄마가 자신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결핍을 가진 막내고, 준걸의 부인 남주를 엄마처럼 따른다.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대형 제약회사 실험실에서 탄생한 최초의 좀비 쫑비에겐 어떤 특징을 부여했나.

=처음엔 쫑비가 좀비라는 사실이 명확했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면서 점점 좀비 이상의 존재가 되길 바랐다. 좀비라고 하면 영혼이 없는 시체 같은 느낌이 있는데 확실히 쫑비에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정가람 배우와 쫑비의 외형과 동작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웜 바디스>(2013)라는 좀비영화가 있지만 보통 좀비영화에서 좀비는 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고유의 캐릭터가 부여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쫑비에겐 회복 가능한 인간성이 남아 있다. 그런 특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후반부 준걸네 가족과 좀비들이 한데 엉기는 장면에선 어떤 액션을 기대하면 좋을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서로를 죽이는 액션은 없다. 기존의 좀비영화들을 보면서 못마땅했던 것 중 하나가 좀비로 변하면 제 부모도 죽인다는 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다. 적어도 나는 그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는 좀비영화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좀비영화라고 했을 때 관객이 기대하는 영화적 통렬함과 쾌감이 있는데, <기묘한 가족>은 그런 유의 영화는 아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게 중요하고, 그러려면 가족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 영화적 통쾌함은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려 했다.

-배우들 덕을 많이 봤다고 들었다.

=영화에서 배우 개개인이 돋보이는 게 아니라 이들이 하나의 가족처럼 보였으면 했다. 그러려면 배우들이 자기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누구도 불만이 없었다. 배우도, 스탭도 시나리오만 보고 모였다. 정재영 선배는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고, 실제로 촬영이 확정될 때까지 1년 넘게 기다려줬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마웠다. (웃음) 김남길 배우는 영화에서 제일 ‘열일’ 하는 캐릭터를 맡아서 고생이 많았다. 현장에선 늘 텐션을 유지해야 했는데, 촬영장에 도착할 때부터 샤우팅을 하면서 예열했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제대로 미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엄지원 배우는 촬영하다가 손가락 골절 부상을 입은 적이 있는데 부상당했다는 사실도 감추고 연기 투혼을 보여줬고, 이수경, 정가람 배우는 배우 하려고 태어난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순간들을 선사했다.

-데뷔작이다. 후반작업도 거의 끝나가는데, 프로덕션 과정을 돌아보면 어떤가.

=복 받았구나 싶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다들 제 몫 이상으로 열과 성의를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만약 이 영화가 사랑받는다면, 더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상업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복잡하고 젠체하는 영화가 아니라 유쾌한 오락영화니까 많이들 봐줬으면 좋겠다.

<기묘한 가족>

감독 이민재 / 출연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박인환 / 제작 씨네주, 오스카10스튜디오 / 배급 메가박스 플러스엠 / 개봉 2019년 상반기

● 시놉시스_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망해버린 주유소의 가장 만덕(박인환)은 우연히 만난 좀비, 쫑비(정가람)를 집 안에 들인다. 무사안일주의의 장남 준걸(정재영), 권고사직으로 고향에 내려온 트러블 메이커 차남 민걸(김남길), 애정에 목마른 늦둥이 막내 해걸(이수경), 준걸과 결혼한 카리스마 살림꾼 남주(엄지원)는 저마다의 속셈으로 쫑비를 이용한 패밀리 비즈니스를 꿈꾼다.

● 예상과 다른 좀비 엇박의 코미디_ 익숙한 풍경에서 벌어지는 결코 익숙지 않은 사건, 사고.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족. 좀비가 거기서 거기겠지 싶지만 절대 보통이 아닌 좀비. <기묘한 가족>은 이처럼 모든 게 조금씩 “꺾여 있다”. 이민재 감독의 말처럼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지는 유머”와 “예상치 못한 비주얼”을 즐기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그것이 <기묘한 가족>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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