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라는 게 가능할까. 만약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그런 이유로 나는 도저히 그 영화를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올해 초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사는 <씨네21>과의 만남에서 2017년의 영화를 꼽아달라는 부탁에 이렇게 말했다. 2018년 <씨네21> 올해의 영화를 꼽는 와중에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해마다 통과의례처럼 베스트영화를 선정하고 정리해보는 건 영화들에 점수를 매기고 줄을 세우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의 가치, 이를테면 발굴과 소개를 위한 작업이다. 어쩌면 한해 동안 감히 영화를 ‘평가’해온 일에 대한 반성문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2018년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는 29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장병원, 정성일 평론가는 외국영화 베스트에만 참여)이 함께했다. 평자들은 올해 자신을 뒤흔든 영화들에 대한 소중한 기록들을 보내왔다. 이 리스트는 혹여 이 영화들을 놓쳤을지도 모를 여러분을 위한 안내문이자 올해를 행복하게 해준 영화에 대한 감사의 편지다. 각 평자들의 한국영화, 외국영화 베스트 명단을 찬찬히 살펴보면 피치 못해 놓쳤던 영화들, 다시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주연 남녀 배우, 신인 남녀 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총 9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2018년 한국영화를 풍성하게 채워준 이름들로 기억될 것이다. 100편의 영화에는 100갈래의 길과 100가지의 얼굴과 100번의 인생이 담겨 있다. 다만 영화는 강력한 힘으로 우리를 장악하고 생각할 틈도 없이 끌고 가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때론 멈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기 2018년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의 등대가 되어줄 영화들을 소개한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영화와 마주하고 찬찬히 대화해보는 귀한 시간. <씨네21>이 영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