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The Gospel Acoording to St.Matthew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 이탈리아·프랑스 | 1964 | 133분
<마태복음>은 불경으로 점철된 파졸리니의 인생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영화다. 99년 바티칸 교황청은 일명 ‘황의 오스카’라 불리는, 신앙을 품고 세상을 사는 데 도움이 될 영화 45편을 발표했다. <마태복음>은 이 리스트에서 <쉰들러 리스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평생 권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공격당했던 파졸리니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마태복음>은 굽히지 않는 파졸리니의 고집과 함께 이탈리아 민중의 공동체 문화를 먹고 자란 그의 시인으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마태복음>은 예수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영화. 그러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버거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칼을 든 전사이자 세심한 신경을 가진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서른 살 즈음의 예수는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마태를 비롯한 제자들은 그를 따르고, 서둘러 민중을 깨우쳐야 하는 예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이곳저곳을 떠돈다.
<마태복음>은 스펙터클한 할리우드 성서영화와는 그 뿌리가 다른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예수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는 마리아는 농민의 딸로 태어난 파졸리니의 어머니다. 예수가 “부유한 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말할 때, 그 말은 진정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언된 것이므로 힘을 가진다. 때로 하나의 장면을, 때로 한 사람의 얼굴을 소중히 여기며 카메라를 멈추는 파졸리니. 바티칸이 이 영화를 신도들을 위한 영화라 생각했던 것은 결코 실수가 아닐 것이다.
김현정
란위 ran yu관금붕|홍콩|2001|83분
한때 왕가위와 함께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작가였던 관금붕(스탠리 콴)이 1999년 일본과 합작으로 만든 <유시도무> 이후 2년만에 내놓은 영화다. 스스로 게이임을 밝힌 관금붕의 영화 가운데 동성애가 전면에 나서는 첫 영화일 듯싶다. 1988년 베이징에서 대학생 란 위가 젊은 사업가 한동에게 몸을 판다. 얼떨결에 이뤄진 우발적인 ‘매춘’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란 위는 자신의 게이 성향을 발견함과 동시에 한동에게 애정을 느낀다. 4달 뒤 우연히 다시 만난 둘은 사랑에 빠졌다가 한동의 다른 남자가 발각되자 란 위는 한동을 떠난다. 바로 뒤 천안문 사태가 터지고, 한동은 란 위가 시위에 참가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도시 중심가 골목길에 차를 세워놓고는 란 위에 대한 걱정으로 밤새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거기서 둘은 극적으로 만나 재회한다. 그러나 ‘남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동이 여자와 결혼을 한다. 그뒤에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둘의 동성애는, 함께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다른 여러 형태의 제도권 밖의 사랑처럼 애처럽다.
천안문 사태가 둘의 관계에 중요한 계기가 되고, 차창 밖으로 훑어가며 찍은 베이징 시가지 풍경이 사람과 무관하게 성장해가는 듯한 이 도시의 냉기를 전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베이징의 정치, 사회상은 영화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관금붕이 베이징을 택한 이유는, 관료적 보수주의가 개인을 누르면서도 자본주의의 바람 속에 예외적인 사적 공간이 허용되는 이곳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영화는 그 특성을 이용해 동성애에 대한 외적 억압을 스쳐가듯 상징적으로만 처리하면서, 둘의 관계의 내면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데에 주력한다. 그 결과 사랑이 일깨우는 개체의 상실감을 이 둘로부터 끌어내는 데에 성공한다.
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