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아닌 여배우의 몸으로 타국의 관객과 홀로 대면하고 있는 비키 창(37)은 열성적인 교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한 명의 관객이 평균 3개씩의 질문을 토해낸 덕에 벌써 끝났어야 할 <인간희극>의 GV(Guest Visit)가 40분째 연장되고 있었지만 상영장 안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대만에서 학생들에게 5년째 연기와 탭댄스를 가르치고 있다는 자신의 이력이 무색하지 않게 한국 관객들의 굶주린 영화 열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기 위한 비키의 열성은 대단해 보였다.
남기웅 감독의 <우렁각시>가 우리 고전설화를 재구성한 것이라면, 대만의 홍홍 감독은 <인간희극>에서 중국에 전해 내려오는 ‘효행에 관한 24가지 계율’을 현대 사회에 투영시켰다. 영화의 주제를 묻는 관객의 질문에 그녀는 “모기 때문에 잠 못 드시는 부모님을 위해 자신의 등을 내놓아 모기를 유인하라는 옛 효행의 가르침이, 바퀴벌레를 무서워하는 애인을 위해 밤새 뜬눈으로 잠든 애인의 옆을 지키는 현재의 우리 모습으로 바뀌는 순간 옛 성현의 고리타분한 가르침이 친밀한 현실의 세계로 돌입한다”며 친절한 핵심정리를 해주기도. 그녀는 대학 동기인 홍홍 감독과의 16년 우정을 기리기 위해 영화에 출연했으며, 앞으로 연기보다는 가르침에 더 무게를 둘 예정이다.
심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