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진실을 담고 있는 명대사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은 첫 에피소드부터 한방을 날린다. 캐나다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딸 재닛(앤드리아 방)은 교회에 나와 ‘멋진 기독교인 한국인 남자친구’(Cool Christian Korean Boyfriend)를 만나라는 엄마(진윤)에게,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목조목 반박한다.
“우선, 멋진 한국인 기독교인 남자란 건 없어요. 멋지고 기독교인이면 한국인이 아니고, 멋진 한국 남자면 기독교인이 아니에요. 멋진 기독교인 한국인은 전부 여자라고요!” 아들 정(시무 리우)을 끔찍이 사랑하는 엄마는 “그럼 멋진 기독교인 한국인인 네 오빠는 여자니?”라고 우겨보지만 소용없다. 내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없는 장점을 모두 갖춘 (그리고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남자를 어느 날 떡하니 대령할 것을 기대하는 엄마와 살아본 딸이라면 이 장면에서 수많은 기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1세대 이민자 특유의 보수적 가치관, 떠나온 조국을 향한 강력한 애국심 등 김씨네 가족이 갖는 특수성과 함께 이 작품은 한국인-가족안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부모가 나를 사랑하고 헌신해왔음을 알지만 부모의 바람대로 살고 싶지 않고, 부모와 다른 삶의 양태를 살고 있는데 아직도 같이 살고 있는 재닛의 고군분투와 함께 속 터지고 실망하고 포기하고 후회하다 보면, 그리고 웃다 보면 한 시즌이 금방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