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축구>는 어떤 영화
웃음 저 너머, 삶을 찾아서
사람들이 모두 소림 무술을 익힌다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아질 텐데. 소림사에서 하산한 청년 씽씽은 어마어마한 다리 힘과 장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해 빈둥거린다. 처량하게 쓰레기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니는 그 앞에 나타난 인물은 왕년에 황금발로 불리며 명성을 떨쳤던 축구선수 명봉. 음모에 휘말려 다리를 절게 된 그는 헛소리만 늘어놓는 씽씽과 비루한 사형 사제들에게서 세상을 뒤엎을 스포츠 신경을 발견한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열한명을 채워 축구팀을 만들고자 하지만, 쉽지가 않다. 소림사의 기개를 잃은 사형제들은 방구석에 처박혀 나오지 않거나 식욕을 주체 못해 뚱뚱해져 버렸고, 심지어 밤무대에 서거나 화장실에서 쥐어 박히는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가장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하늘로 솟구치는 힘을 발견하는 법. 실력도 없는 팀에 두들겨맞고 팬티까지 벗기는 수모를 당하던 열한명의 선수들은 천지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내공을 되찾는다.
순식간에 홍콩을 휩쓸며 흥행 신기록을 세운 <소림축구>는 여러 면에서 허덕이는 홍콩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할리우드와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로 완성된 컴퓨터그래픽이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처럼 뒤에 불꽃을 달고 쏜살같이 골대에 박히는 축구공이나 공을 한번 찰 때도 심상치 않는 기운을 내뿜으며 공중으로 떠오르는 선수들은, 기술이 엉뚱한 천재의 손에 들어갈 때 얼마나 기가 막힌 효과를 갖게 되는지 웅변한다.
이미 경지에 올라선 듯한 주성치의 뻔뻔한 코미디 역시 웅장한 특수효과에 눌리지 않고 끝까지 기세를 몰아간다. 새침한 표정으로 상대편 앞 골대로 종종거리며 뛰어가는 삭발의 골키퍼나 밤무대에 서 춤추고 노래하는 두 중년남자는 주성치가 아니면 썰렁해질까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할 설정이다. 이 장면들은 또한 눈물겨운 짝사랑과 이제 내리막만 있으리라는 중년의 체념이 섞여 있어 슬프기도 하다. 진실한 코미디는 항상 관객의 아픈 마음을 건드리곤 했다. 출연진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림축구>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선 코미디영화다.
<소림축구>의 부대효과
만화책 발간에 이어 컴퓨터 게임까지
주성치는 “내가 경영을 한다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에 관한 경영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소림축구>의 보기 드문 성공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소림축구>가 나오기 전까지 홍콩은 영화가 동반하는 다양한 부대효과를 인식하지 못했다. 시리즈영화가 많이 나왔다고는 해도, 값싼 제작비를 보충할 정도의 흥행수입만 올리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소림축구>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도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소림축구>의 홍콩 내 흥행수입은 6천만홍콩달러를 넘어섰는데, 한국 돈으로 170억원이 훨씬 넘는 액수다.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4>가 가지고 있는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림축구>는 만화책과 컴퓨터 게임으로도 발매돼 인기를 끌고 있다. 임자총이 스토리를 쓴 <소림추구> 만화책은 영화에 없는 캐릭터를 덧붙이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각각 5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컴퓨터 게임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판매 부수를 알 수 없는 상태. <소림축구> 프로모션을 맡고 있는 성치해외유한공사는 “홍콩의 인구가 적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화는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고 게임에도 기대가 높다. 앞으로 제작하는 영화는 좀더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키운 스타 장백지와 막문위를 <소림축구>에 공짜로 출연시켜 홍보효과를 높인 주성치는 사업가 기질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울트라 폭소 히어로, 주성치 웃음공작실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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