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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F에서 만난 영화인들④] <숲에 숨은 달> 우메하라 다카히로 감독 - 전통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재해석에 중점을
김현수 사진 오계옥 2018-10-31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알무비가 선보이는 오리지널 장편애니메이션 <숲에 숨은 달>은 국내 인력으로 완성된 순수 창작영화지만 연출은 일본의 우메하라 다카히로 감독이 맡았다. 이는 일본의 다른 제작사와 활발하게 교류하며 협업하고 있는 디알무비의 네트워크 덕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흥미롭게 활용하는 SF 판타지 활극 <숲에 숨은 달>은 한국에서 18년째 체류하며 애니메이션에 매진해온 우메하라 다카히로 감독의 스타일과 더불어 한국에 대해 지닌 그의 여러 가지 이미지가 투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인이기에 놓치고 지나갔을 우리의 문화유산이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가 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알무비의 첫 오리지널 장편영화 <숲에 숨은 달>의 연출을 맡았다. 디알무비와는 꽤 오래 인연을 맺어왔다던데.

=2000년 여름에 미국의 TV애니메이션 <엑스맨> 시리즈 작화감독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한달 정도 작업한 게 계기가 되어 디알무비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한·일 완구회사 손오공과 다카라사가 합작해서 기획했던 <탑블레이드>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함께하게 됐다. 나는 매드하우스 소속으로 디알무비에 파견온 지는 18년 됐다. 오래전부터 디알무비에서는 오리지널 영화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추진해보자고 이야기되어 연출까지 맡게 됐다.

-미래의 디스토피아 풍경을 다루는 SF 판타지 장르인데 프로덕션 디자인 전반이 한국의 전통문화 요소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는 점이 독특하다.

=내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워낙 좋아한다. (웃음) 예전부터 한국의 음악과 춤을 영화에 담을 수 있다면 일본과의 차이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정정균 대표가 연출을 제안했다. 디알무비가 고민하던 영화의 원안이 있었는데 배경이 유럽풍이었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일상적인 몸짓 같은 요소를 아시아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아무래도 한국 스탭과 작업할 때 이왕이면 자국의 배경 요소가 들어가야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한국 스탭에게 단청을 그려달라고 하는 것과 유럽의 건축양식을 표현해달라고 했을 때의 차이랄까, 그런 점이 영향을 끼쳤다.

-서양 문화를 기반으로 했던 원안과 지금의 영화가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

=<숲에 숨은 달>에는 달이 사라진 어둠의 시대에 쉐도우라는 존재가 밤을 지배하는 풍경이 나오는데 이는 원안에도 담겨 있던 설정이다. 그것만으로는 비주얼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해 검은 소용돌이 같은 무주라는 존재가 하늘을 뒤덮어버리거나 지상을 삼켜버리는 지금의 설정을 추가했다.

-캐릭터 디자인도 직접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인공 나빌레라 공주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나.

=이 영화가 아시아, 특히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나빌레라의 눈썹은 붓의 터치감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했고, 헤어스타일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머리 모양에서, 남성 캐릭터의 경우에는 풍물패가 상모를 돌리는 모습에서 착안해 디자인했다.

-한국의 전통문화 요소가 영화에 억지로 담기면 그 자체로 불협화음을 낳을 수 있다. <숲에 숨은 달> 역시 국악이나 기와, 한복, 농경사회의 풍경 등을 미래의 디스토피아 사회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식시킬 수 있는가를 풀어나가는 게 큰 숙제였을 것 같다.

=극중 나빌레라 공주를 비롯해 곳곳에서 현대무용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현대무용가 안애순 선생의 공연을 보러 간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강강술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위적인 공연이었는데 고전적인 무용을 전위적인 동작으로 재해석해 추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질문과도 맥이 닿아 있는 고민인데 우린 과거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전세계를 상대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줘야 했기에 직접 안애순 선생을 찾아가 이번 영화의 감수를 부탁하기도 했다.

-영화음악 역시 한국의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현대무용과 같은 접근법이었다. 음악 역시 전통음악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디알무비에서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 2기 음악에 참여했던 임희선 음악감독을 소개해줘서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숲에 숨은 달>의 주요 관객은 어떤 계층이 될 거라고 판단했나.

=매드하우스 마루야마 마사오 대표와 이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 처음 원안에서는 주인공 나빌레라와 장구의 키가 컸었다. 아무래도 작품의 타깃은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보지 않을까 싶어 중고생 정도를 염두에 두기는 했다. 그런데 마루야마 대표가 주인공의 키가 더 작아야 지금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서 키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비주얼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연령층이 달라질 수 있는데 드라마가 워낙 강해 성인 관객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매드하우스와 디알무비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졌나.

=이번에 매드하우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일본쪽에 몇번 의견을 물어본 것이 전부다. 주로 마루야마 대표와 나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역경무뢰 카이지 파계록편>의 사토 유조 감독에게 의견을 물으며 작업했다.

-연출자로서 한국어를 잘 못해서 느낀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힘들었던 기억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웃음) 한국어와 일본어의 문법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더빙 연출할 때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 더빙 연출을 맡은 계인선 프로듀서가 아니었다면 이 어려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없었을 거다. 한국어 표현이나 성우와의 소통을 잘 담당해줬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애니메이션 산업의 변화를 옆에서 지켜봤을 텐데 일본과 비교해 어떻게 바뀌고 있다고 느끼나.

=과거에 비해 애니메이터들이 평가받을 기회가 늘어났다. 이번 페스티벌을 포함해서 세계 시장에 나갈 기회가 많아졌다. 자연스레 애니메이터들의 목표의식도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하청 작업이 많다 보니 누구든 만나면 제일 먼저 “요새 얼마나 버느냐?”라는 질문을 주고받았다면, 요즘에는 “어떤 작품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 당장 오리지널 장편영화를 활발히 만들 수는 없겠지만 연상호 감독 같은 스타 창작자들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창작자의 열정에 제작사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숲에 숨은 달>은 어떤 작품?

달이 사라져 어둠으로 뒤덮인 세상. 왕국은 어둠으로부터 빛을 밝혀줄 광탄석을 앞세워 사람들을 통치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야심가 타르 백작의 꿍꿍이가 숨겨져 있다. 타르 백작과 계약결혼을 할 위기에 처한 나빌레라 공주가 이를 거부하며 궁 밖으로 뛰쳐나간 날, 하필 별똥별 사냥꾼 장구 일행과 마주치게 된다. <숲에 숨은 달>은 SF 액션 활극으로서 신명 나는 풍물 음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대부분의 극중 디자인이 한국 전통문화 요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신선한 비주얼적 충격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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