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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3> 및 TV시리즈에 대한 소식
2002-04-25

원작, 다음엔 확실히 잊어라

<블레이드2>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의 내용이 심오해 깊이있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기보다는, 온갖 잡스러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가 지루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전편 이상의 무언가를 찾을 수 없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진 액션장면들과 여전히 파워풀한 웨슬리 스나입스의 연기는 ‘지루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로 하여금 잡스러운 생각을 하게 한 진짜 이유는 <블레이드2>가 이전에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들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이었다. 평소 ‘영화간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입장에서, 패러디영화도 아닌 SF액션영화에서 다른 영화들의 흔적을 찾는 일은 영화 자체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선 창조자를 찾아온 돌연변이 뱀파이어가 자신을 만들어준 뱀파이어의 왕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살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딱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리는 설정이다. 그리고 지하 터널에서 돌연변이 뱀파이어들을 처치하는 장면들은 감독의 전작 <미믹>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였다. 한편 일부 인물설정은 <와호장룡>과 유사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매트릭스>를 뛰어넘으려 하다보니 많은 장면들이 비슷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치장된 액션장면들을 보며,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와 비교해보고 싶은 맘이 생기기도 했을 정도. 그렇게 유사한 장면이나 설정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은, 결국 원작인 출판만화의 이미지를 전편에서 소진했을 경우 더 좋은 속편을 만들어내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블레이드>가 속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TV시리즈물로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져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 소문의 진원지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다루는 웹진 <Comics2Film>. 이 웹진은 지난 2월 말 <블레이드>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작가 데이비드 고이어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뉴라인 시네마와 마블 코믹스가 <블레이드>의 TV시리즈 제작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라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 물론 언제 정확하게 방영이 될 것인지가 결정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결정권을 가진 두 회사가 동의함으로써 <블레이드>의 TV판을 보게 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데이비드 고이어의 예측. 이는 지난 1월 영화잡지 <Cinescape>가 비공식적으로 그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핵심 제작진이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블레이드>의 TV시리즈가 만들어질 것이다’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3월 초 <Cinescape>가 고이어에 대한 기사를 통해, 마블사가 또 다른 액션영웅만화인 <The Black Panther>를 영화화하면서 웨슬리 스나입스를 주인공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 웨슬리 스나입스와 마블사의 영웅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그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을 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웨슬리 스나입스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년에 예정대로 <블레이드3>를 할 것인지, 아니면 <The Black Panther>를 먼저 할 것인지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 것이 알려짐으로써 팬들로 하여금 비명을 지를 정도로 흥분하게 만들었다. <블레이드3>가 벌써 준비돼왔다는 사실이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팬들의 관심은 기약없는 <블레이드> TV시리즈보다는 미리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블레이드3>와 <The Black Panther>로 모아졌다. 그런 팬들의 관심을 정확히 파악한 SF잡지 <SCI FI Wire>는 지난 4월3일자에서 뉴라인 시네마의 공동사장인 밥 샤에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고이어가 이미 3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속편의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연출의사를 보였음을 밝혀냈다. 재미있는 것은 3편의 배경으로 기존의 <블레이드> 시리즈와는 달리 뱀파이어들이 세상의 주도권을 완벽히 차지한 지구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다시 말해 <블레이드>의 원작만화와 더이상 연계해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없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셈. 따라서 3편이 원작만화나 1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좀더 새로운 것이 많이 시도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직까지 <블레이드3>가 먼저 제작될지 가 먼저 제작될지 혹 <블레이드> TV시리즈가 먼저 방영될지 불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반지의 전쟁>을 예로 들며 <블레이드3>의 제작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는 뉴라인 시네마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새로운 실험이 가능한 <블레이드3>가 앞장서지 않을까 싶다. 그럴 경우, 앞서 말한 것처럼 <블레이드3>가 원작 출판만화와 전편들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될 것인지 아닌지가 아주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원작의 설정에 얽매이고 전편들을 답습할 경우, 롱런의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블레이드2>에 대해 전 세계 팬들이 보여준 다소 엇갈리는 평가는 그런 의미에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철민/인터넷 칼럼리스트chulmin@hipop.com

사진설명

1. <블레이드2> 공식 홈페이지.

2. 웨슬리 스나입스를 주연으로 제작이 추진되고 있는 마블사의 만화 <The Black Panther>.

3. 촬영현장에서 웨슬리 스나입스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4.3.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블레이드3>의 연출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 <블레이드>와 <블레이드2>로 잘 알려진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고이어.

<블레이드2> 공식 홈페이지 http://www.blade2.com/

<블레이드2> 한글 공식 홈페이지 http://www.blade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