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포트레이트>는 피카소가 질투했다는 20세기 최고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에 관한 전기영화다. 영화는 자코메티를 둘러싼 세계를 완벽에 가깝게 고증하지만 영화가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다. 자코메티에 대한 보충 설명을 준비했다.
자코메티의 생애와 대표작
조각가이자 화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66)는 이탈리아와 근접해 있는 스위스의 보르고노보에서 태어났다. 후기 인상파 화가인 조반니 자코메티가 그의 아버지다. 화가 아버지를 둔 덕에 일찍부터 아버지의 작업실을 놀이터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구성주의와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조각과 회화 양면에서 독창적인 양식을 발전시켜 나갔다. 기다랗고 앙상한 인물 조각상을 통해 ‘자코메티 스타일’을 확립한 그는 회화 특히 초상화에 대한 연구도 평생 멈추지 않았다. “인간의 얼굴은 그 어떤 얼굴도, 심지어 내가 수없이 봐왔던 얼굴조차도 그렇게 낯설 수가 없다”던 자코메티는 지각한 대로의 표현을 중시했다. 글쓰기에 대한 감각도 남달라서, 조르주 브라크와 앙드레 드랭에 관한 중요한 미술 평론을 남겼다. 2010년 런던 소더비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걸어가는 사람>, 2015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다시금 그 기록을 깬 <가리키는 남자>등 그의 대표작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작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자코메티의 모델들
자코메티는 가족과 친구들을 자주 자신의 캔버스 앞에 세웠다. 특히 동생 디에고와 부인 아네트는 참을성 있는 모델일 뿐만 아니라 자코메티가 창조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성실한 조력자였다. 디에고는 조각의 받침대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도맡아 했고, 1949년에 자코메티와 결혼한 아네트는 아틀리에를 관리하고 정돈하는 일을 했다. 이사쿠 야나이하라는 1956년부터 자코메티의 주요 모델이 된 일본인이고, 1958년 술집에서 만난 카롤린은 자코메티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즈이자 말년의 애인이었다. 카롤린에게 값비싼 빨간 스포츠카를 사준 일화는 영화 <파이널 포트레이트>에도 등장한다. 영화의 원작인 <작업실의 자코메티>를 쓴 미국 작가 제임스 로드, 프랑스의 사진작가 엘리 로타르 등도 파리 몽파르나스의 이폴리트 맹드롱가 46번지에 위치한 자코메티의 아틀리에를 드나들던 동료이자 모델이었다.
동시대에 교류한 예술가들
<파이널 포트레이트>에는 자코메티가 피카소와 세잔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20세기의 입체파와 추상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폴 세잔은 자코메티가 거의 유일하게 존경한 예술가였다. 자코메티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관찰과 표면 너머의 본질을 탐구한 세잔의 예술적 태도를 본받았다. 반면 파블로 피카소와는 서로의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철저히 거리두기를 했다. 파리로 건너간 초창기엔 시인 앙드레 브르통을 주축으로 한 초현실주의 운동에 몸담았으며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바타유,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교류하며 우정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