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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에이지 케이브맨(Teenage Caveman)
2002-04-24

비디오/메인과 단신

2001년, 감독 래리 클라크 출연 앤드루 키건, 타라 서브코프, 리처드 힐만, 티파니 리모스 장르 SF호러 (콜럼비아)

가끔 낯선 곳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랜스키>에서, <헨리: 연쇄 살인범의 초상>의 존 맥노튼을 만났을 때처럼. 우연히 만난 존 맥노튼의 TV영화를 보는 것도 쌉쌀한 재미가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재능과 쇠락해가는 시간의 그림자 같은 것들을 만나는 경험. 한때 날리던 감독들에게, 케이블방송사가 TV영화를 맡기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한때 스필버그 사단에서 촉망받던 <그렘린>의 감독 조 단테도 93년 <마티니> 이후 5년 정도는 TV 시리즈와 영화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개는 연속으로 흥행 실패를 거듭하면서 TV로 자리를 옮기지만, 매체를 오가면서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TV영화에서 독특한 소재의 작품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틴에이지 케이브맨>의 래리 클라크도 그런 경우다.

래리 클라크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다가, 9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키즈>로 충격적인 데뷔를 했다. 10대의 파격적인 일탈. 극단적이고, ‘관음적’이라고 비난을 받을 정도로 적나라한 영상은 래리 클라크를 순식간에 ‘문제감독’으로 만들었다. 그뒤 <어나더 데이 인 파라다이스>와 <불리>를 만든 래리 클라크는 2001년 로저 코먼의 클래식 공포영화 <틴에이지 케이브맨>(1958)을 리메이크했다. TV영화였다. 래리 클라크의 사실적인 전작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장르영화이지만, 명백한 공통점이 있다. <틴에이지 케이브맨>의 세대 갈등과 청소년의 일탈은, <키즈> 못지않다.

현대 문명이 멸망한 뒤, 소수의 생존자들은 동굴에서 기거한다. 데이비드의 아버지인 종교 지도자는, 인류의 타락이 멸망을 불러왔다며 사람들을 지배한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자신이 원하는 소녀들을 신이 원한다며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이는 파렴치한 인간이다. 종교 지도자를 비롯하여 어른들의 위선을 증오하는 데이비드와 친구들은 남아 있는 책을 읽으며, 과거의 생활을 동경한다. 아버지가 데이비드가 사랑하는 사라를 탐하자, 데이비드는 아버지를 죽이고 친구들과 함께 도망친다. 데이비드와 친구들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남아 있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닐과 쥬디스를 만난다. 닐과 쥬디스는 문명의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거기에는 무언가 비밀이 있다.

장르의 테크닉에 정통하지 못한 래리 클라크는 <틴에이지 케이브맨>을 평범한 구성으로 끌고 가지만, 일탈의 이유와 과정을 그리는 데에는 능숙하다. 특히 모든 것을 알아차린 데이비드가 동굴의 아이들을 끌고 타락한 도시로 데리고 가는 마지막 장면은 흥미롭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