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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바캉스⑧] 한국과 일본 미스터리 - <마당이 있는 집> <레이디 조커> <시한병동>
이다혜 2018-08-22

<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펴냄

<마당이 있는 집>은 <나를 찾아줘> <걸 온 트레인> 같은, 여성 작가가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심리 스릴러의 한국판이다. 한평생의 목표가 어떤 집에(을) 사느냐와 관련된 한국 사회에서, 흥미진진한 공포를 안기는 이야기. 주란은 얼마 전 마당 있는 주택으로 이사했다. 의사인 남편도, 잘 커가는 아들도, 그녀에겐 자랑거리다. 그런데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마당에서 뭔가가 썩는 듯 악취가 난다고 지적한다. 그녀에게도 맡아지는 냄새다. 남편에게도 말했는데, 남편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넘긴다. 그날 이후, 냄새는 말끔히 사라진다. 대체 냄새의 정체는 뭐고, 남편의 묘한 행동은 무슨 의미인가? <마당이 있는 집>의 또 다른 주인공은 상은이다. 주란과 상은의 시점을 오가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상은은 남편과 갈등을 겪고 있다. 상은은 숙고 끝에 어떤 결심을 행동에 옮기는데, 이후 전개가 예상을 벗어난다. 여기에 한국 가족 내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다른 괴로움을 부른다. 집 안에서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에 저항할 수 없고, 임신을 하면 이혼을 요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며, 임신으로 인해 사회생활은 반강제로 휴지기를 맞거나 중단된다. 남편이 없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남편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면…? 이 소설의 결말이 오싹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원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으리라. 어느 쪽이든,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 문학동네 펴냄

1984년 일본을 휩쓴 기업 테러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을 모티브로 한 대작. 오사카의 관광명소 중 하나가 된 ‘달리는 남자’ 전광판이 바로 글리코의 광고판인데, 당시 범인은 글리코의 사장을 납치하고 상품에 독극물을 주입했다는 협박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는데, 그 사건을 다카무라 가오루가 일본 사회 전반을 돌아보는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즉, 똑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했다 해도, 뒤에 소개할 <헬리콥터 하이스트>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레이디 조커>는 ‘글리코 모리나가 사건’이 어떻게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장면들의 연쇄로 시작한다. 나뭇잎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해 몇 천년간 몸집을 키워온 나무를 한눈에 조망하게 한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장기다. 볼 때마다 감격하는. <마크스의 산> <조시>에서 이어지는 ‘고다 형사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시한병동>

지넨 미키토 지음 / 아르테 펴냄

<가면병동>의 무대는 다도코로 병원이다. 정신병원이었던 시설을 개조한 요양병원인데, 교도소를 방불케 하는 쇠창살과 문이 설치되어 있다. 주인공 슈고는 당직 아르바이트를 위해 이곳에 온 젊은 의사. 갑자기 피에로 마스크를 쓴 괴한이 총을 들고 병원에 난입하는데, 괴한에 대처하는 원장의 행동이 미심쩍다. 이 사건은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과 의료진만이 존재하는 외딴 병원이라는 ‘클로즈드 서클’, 즉 밀실 미스터리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그 후속작인 <시한병동>은 흥미롭게도 시리즈 주인공이랄 존재가 슈고가 아닌 다도코로 병원이다. <가면병동>에서의 스캔들로 다도코로 병원은 이제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병원에 다섯명의 남녀를 감금한다. 의료관계자들로 구성된 이들을 누가, 왜 이곳에 모아두었을까. 이들이 탈출하기 위해서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제한시간은 6시간. ‘방탈출게임’ 형식을 하고 있는데, 게임과의 차이라면 실제 목숨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넨 미키토는 깜짝 놀랄 트릭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의사로 쌓은 경험으로 인물 설정이나 사건을 사실적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발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