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선인을 향해 헤이트 스피치를 퍼붓는 재특회에 멋지게 대항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카운터스다. 카운터스는 혐오표현금지법까지 이끌어내며 우경화되어 가는 일본 사회에 정의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카운터스>는 이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카운터스? 재특회? 혐오표현금지법? <카운터스>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용어와 개념을 정리했다.
카운터스와 오토코구미
일본의 민족주의적 혐오주의자들의 혐오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행동주의자들을 말한다. ‘반박하다’, ‘대응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Counter’에서 따온 말이다.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를 중심으로 한 넷우익이 주말마다 도쿄 한인촌 신오쿠보 거리로 몰려나와 혐오 시위를 하던 2013년. 이들의 헤이트 스피치(국적, 인종, 성, 종교 등을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증오를 선동하는 혐오 발언)를 더이상 듣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이 바로 카운터스다. 카운터스의 수가 재특회 시위대의 수를 압도하면서 일본 사회에 이들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헤이트 스피치라는 용어는 2013년 일본에서 ‘올해의 키워드’로 선정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 카운터스의 행동은 노마 야스미치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음악잡지 편집장이자 사회운동가인 노마는 2013년 1월, 재특회를 혼내주고 싶다면서 ‘시바키 부대’(혼내는 부대)라는 이름으로 모이자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다. 노마의 트윗은 순식간에 퍼졌다. 그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십여명에서 수십명으로, 다시 수백명으로 늘었다.
카운터스 안에는 오토코구미, 크락(C.R.A.C. 반민족주의행동집단), 타격 부대, 알려주기 부대, 낙서 지우기 부대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항하는 여러 부대가 있다. 그중 <카운터스>의 주인공인 다카하시가 만든 정예부대가 오토코구미다. 다카하시는 전직 야쿠자였던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역이용해 혐오 시위에 나오는 넷우익들을 겁줘서 집에 돌려보내곤 했다.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오토코구미의 방식에 대해선 카운터스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지만, 긴 시간 오토코구미를 지켜본 <카운터스>의 이일하 감독은 “오히려 오토코구미 단원들은 폭력의 성질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폭력을 철저히 계산적으로 이용하거나 배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통제를 벗어난 힘의 사용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재특회와 넷우익
재특회는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줄임말이다. 2007년 1월, 사쿠라이 마코토가 설립한 일본의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시민단체로, 우익 성향의 네티즌 넷우익에서 파생됐다. 일본의 우익적인 성향을 띠는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인터넷 근거지는 혐한 커뮤니티 ‘2채널’(2ch). 2채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넷우익이라 부른다. 이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재일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부당한 권리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로 인해 일본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올린다. 재특회는 조선학교 수업료의 무상화와 외국 국적 주민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를 각지에서 지휘하며 과격 행동을 일삼는다. 2009년과 2010년, 재특회가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 앞에서 혐오 발언을 쏟아내며 시위한 것이 대표적이다.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가 공공 공원을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학교에 집단으로 몰려가 욕설을 퍼붓고 학교 내부로 진입을 시도해 기물을 파손한 사건이다. 2011년엔 <후지TV>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배우 김태희를 퇴출해야 한다는 시위를 벌였다. 김태희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발언한 ‘반일 배우’라는 게 이유였다. <후지TV>에 이어 김태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로토제약에 대한 불매 운동도 이어졌다. 이처럼 재특회와 넷우익은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현실로 나와 혐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일어난 혐한 시위는 2010년 20여건에서 2013년 320여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넷우익이 주도하는 혐한 현상과 관련해선 다양한 분석들이 있다. 넷우익을 ‘미디어 내셔널리즘’이나 ‘불안형 내서널리즘’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있고, 혐한주의자들에 대해선 ‘이성적인 일본’과 ‘감정적인 한국’을 대비시키면서 일제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하고 전후 배상을 거부하는 세력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것은 재특회와 넷우익이 재일 한국인들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는 것이다.
혐오표현금지법을 발의한 아리타 요시후 참의원(맨 앞줄 왼쪽부터 두 번째).
혐오표현금지법
재특회의 헤이트 스피치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했던 카운터스는 혐오표현금지법 제정 및 시행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민주당의 아리타 요시후 참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 해소를 위한 대처법’으로, 2016년 6월 3일 시행됐다. 이에 앞서 오사카시는 2016년 1월, 전국 최초로 헤이스 스피치를 억제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발의부터 시행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이유는 혐오표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것은 곧 헤이트 스피치 역시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는 재특회의 주장과 상통한다. 아리타 의원은 혐오표현금지법은 인종차별금지조약의 이념을 반영하는 것이며 결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혐오표현금지법은 일종의 ‘이념법’으로 기능한다. 처벌 조항이 없다는 얘기다. 다만 특정한 국가, 인종, 성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국가적 해석이 내려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혐오표현금지법이 제정됨에 따라 국가기관이 헤이트 스피치 시위대에 도로 및 건물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시위 현장에서의 변화도 생겼다. 법 제정 이전에는 재특회가 시위하고 카운터스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재특회를 보호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찰이 재특회의 혐오 발언을 주시하면서 시위대의 행동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참고도서: <카운터스>(이일하 지음), <일본 넷우익의 모순>(야스다 고이치·야마모토 이치로·나카가와 준이치로 지음), <노 헤이트 스피치>(간바라 하지메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