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겨울, 취업을 했다. 직업을 한번 바꾸고 소속이 몇 차례 달라진 끝에 2017년 봄, 회사를 그만두었다.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을 수 있는 시기가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일과 함께 성장하고 경력을 쌓거나 돈을 모으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기에 13년은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13일 아니고, 130일 아니고, 13년이에요”라는 KTX 해고 여승무원의 말을 들으며 그 시간의 무게를 생각했다. 2006년 5월, 한국철도공사(옛 철도청)는 채용 1년 뒤 정규직 전환이라던 약속을 어기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던 여승무원 280명 전원을 해고했다.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 소송은 1, 2심에서 승리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표적인 ‘사법거래’로 불리는 그 판결 직후, 여승무원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절망을 견디기에 13년은 너무 긴 시간이다. 어딘가에 뿌리내리고 일하려던 사람들의 젊음은 오랜 시간 동안 조각나 흩어졌다.
KBS1 <거리의 만찬>의 첫걸음은 파업 4518일째, 아직도 싸우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향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술상 차려놓고 세상사와 정의를 논하는 것은 나이 든 남자들에게만 허락된 자리였다. 그런데 MC 박미선,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지윤 정치학 박사 세 여성이 다른 여성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지금 여기 꼭 필요한 정의에 대해 말했다. 본 적이 없어 지금까지 몰랐지만 보고 나니 내가 꼭 보고 싶던 장면이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