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기자로 일하던 시절 가장 좋아한 댓글은 “ㅋㅋㅋㅋㅋ”였다. 한때 코미디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좋은 글이나 아름다운 글보다 웃긴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하면서, 웃기는 일은 무척 힘들어졌다. 쓸 수 없는 소재, 쓰면 안 되는 표현, 침범해선 안 될 입장…. 몇개의 필터를 거치고 나면 처음 떠올린 농담은 너무 심심하거나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이제 계속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 한 여성이 지구 반대편에서 답했다. “그래서 제 코미디 경력이 끝장난다면 그러라죠!” 넷플릭스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다.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인 해나 개즈비는 동성애를 병이나 죄악으로 취급할 만큼 보수적인 지역에서 성장하며 자신을 혐오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농담으로 쇼를 만들어왔다고 고백하며 선언한다. “저는 자학적 유머로 경력을 쌓아왔어요. 그런데 더는 싫더라고요. 비주류에 속한 사람의 자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나요? 겸손이 아니에요. 수치심이죠. 자신을 낮춰서 발언할 기회를 얻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젠 안 그럴 거예요.”
그는 그동안 자신이 웃기기 위해 무엇을 말했고, 어떤 고통과 폭력에 대해 생략했는지 털어놓으며 다짐한다. “저는 제 이야기를 온전히 전할 의무가 있어요.” 창작자의 윤리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한다. 나 역시 더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