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을 모두 걸러내고 엑기스만 남긴 맛,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요즘 보기 드물게 정갈한 프로그램이다. 떠들썩하게 멘트를 주고받는 무리도 없고,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막도 없고,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무례도, 낯선 음식에 대한 엄살도 없다. 호스트에 대한 신뢰와 컨셉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줄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예능의 관성에서 이리저리 비껴나 남은 것은 단 하나, 백종원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큰 거 시킬걸.” “두개 살걸.” “여기에 밥이 있으면 딱인데.” 외식사업가이기 전에 미식가이자 대식가인 백종원은 무엇이든 기꺼이 즐겁게 먹는다. 낯선 식재료, 식감, 향미를 두려워해서는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없다. 기름이 치이이익 달구어지고, 국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갖가지 색의 재료들이 팬에서 섞이는 과정은 황홀하다. 홍유, 고추냉이, 코나 커피 등이 밭에서 생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를 리와인드 편집한 영상은 감각적인 음악, 공들인 음향과 함께 눈과 귀를 매혹시킨다.
“저걸 알고 먹으면 면이 훨씬 맛있어지죠.” 홍콩에서 장인이 대나무를 타고 춤추듯 반죽해 만든 완탕면을 먹으며 백종원이 말했듯, 알고 먹으면 훨씬 맛있다. 그가 청두에서 마파두부를 먹은 다음날에는 마파두부덮밥을 먹었고, 도쿄에서 호르몬동(소 내장 덮밥)을 먹은 다음날에는 곱창을 먹으러 갔다. 내일은 후쿠오카에서의 백종원처럼 카레를 먹어야겠다. 물론 밥은 추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