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 윤종빈 감독, 배우 이성민, 주지훈(왼쪽부터).
5월 12일 오후 <공작>의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배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각각 진행한 인터뷰였음에도 마치 사전에 짠 것마냥 똑같은 대답이 나왔다. <공작>의 현장이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되고 어려웠다는 것. <공작>의 연기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본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상태가 진짜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전달해야 하는 건 배우로서도 도전이라 할 만하다. 인내와 고통이 수반되는 작업이었지만 그 결실이 칸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열매를 맺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가로 위장한 북파공작원 흑금성 역을 맡은 황정민, 북의 외화벌이를 책임진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으로 분한 이성민, 당의 명령에 따라 모두를 의심하며 날을 세우는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의 주지훈에게 각자가 맡은 캐릭터의 비밀에 대해 물었고 연기자의 진심을 경유한 답이 돌아왔다.
=황정민_ 첩보영화지만 <미션 임파서블>(1996) 같은 영화와는 다르다. 이념의 충돌과 딜레마, 북측의 좋은 사람을 만나 나도 좋은 사람으로 바뀌는 이야기다. 리명운을 만나 흑금성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현장은 한편의 연극, 셰익스피어의 연극 같은 작업이었다. 테이크의 호흡이 길었고 말과 말 사이의 공간, 공기를 제대로 활용해야 했다. 액션이 없어도 손에 땀이 나는 긴장된 공기. 우리끼린 구강액션이라고 불렀다. (웃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어려울진 몰랐다. 눈꺼풀 하나 깜박이는 것도 호흡과 공기를 읽어낼 필요가 있었다. 매 장면이 힘들었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 힘들다는 걸 알게 되면서 더 끈끈해졌다.
=이성민_ 레드카펫에서 (황)정민이의 눈물에 나도 울컥했다. 리명운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국가의 이념과 개인의 신념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다. 리명운도 마찬가지지만 그 감정들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게 어려운 과제였다. “직진으로 가자”고 말하지만 절대 직진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래서 모든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머릿속의 상상이 구현되지 않는 순간이 너무 많았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배우로서의 자존감이 바닥을 칠 정도였다. 동료들도 나만큼 힘들다는 게 서로에게 위로가 됐다. 그렇게 의지하며 여기까지 왔다. 레드카펫에서 뒤돌아봤을 때 동료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 뭉클했다. 나의, 아니 우리의 호연지기가 거기 있었다.
=주지훈_ 칸에 올 거라는 생각도 못했다. 감독님에게 연락이 와서 신기했고, 공항에서는 설레었고, 레드카펫에서는 신났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매번 촬영 끝나면 사우나하고 나온 것처럼 진이 빠졌다. 그래도 여길 오니 그 고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다. 정무택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의심하도록 키워진 인물이다. 항상 긴장을 유발시키는 역할인데 어떤 의도나 야심, 이유가 있어서 누굴 의심하는 게 아니다. 반사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도록 교육된 엘리트다. 동시에 곧 끊어질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 속에서 나름의 비트를 부여한다. 숨 쉬기도 힘든 상황에서 한번씩 숨구멍을 틔워준다고 해야 하나. 또래보다는 선배들과 작업을 주로 하다보니 그렇게 색깔 있는 캐릭터를 맡겨주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