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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가 맺어준 인연⑨] 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 - 집착과 고통의 상관관계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8-05-16

<템프팅>

<템프팅>(2017)은 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이 보여준 세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는 <하얀 면사포>(1989), <검은 천사>(1994),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2002), <걸 프롬 노웨어>(2012) 등을 내놓으며 성과 사회의 상관관계와 여성의 은밀한 성적 욕망을 그려내왔다. <템프팅>은 중년 여성 카밀이 기차에서 수지의 휴대폰을 줍고, 휴대폰 속 수지의 나체 동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카밀, 수지, 클라라 등 저마다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여성이 관계를 맺으면서 행복을 추구한다. 마스터클래스 참석을 이틀 앞두고 만난 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영화의 주인공인 카밀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한 젊은 여성과 한 중년 여성을 알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젊은 여성은 자신의 남자친구와 휴대폰으로 소통하고, 불안감을 포함한 여러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었다. 중년 여성은 성적인 고민을 안고 있었다. 둘의 사연을 들으면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면 어떨까 싶었다.

-두 여성과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밝힐 순 없다. 다만, 젊은 친구는 영화학교에서 만난 학생이고 중년 여성은 정신과 의사라는 것만 얘기해두자. 카밀, 수지, 클라라 등 영화 속 세 여성은 살면서 만난 여러 여성들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재구성해 만든 가공의 인물들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3D영상을 이용한 간단한 트릭을 가지고 에로틱한 장면을 연출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야기의 어떤 점 때문에 3D로 연출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젊은 시절 한쪽은 빨간색, 한쪽은 녹색으로 된 안경을 쓴 채 3D영화를 많이 봤다. 이후 한동안 보지 않다가 최근 새 TV를 사면서 3D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최근에 100여편에 달하는 3D영화를 몰아봤다. 스펙터클한 영화에서 시도된 입체영상을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도해보고 싶었다.

-카밀과 수지, 일면식도 없는 두 여성이 관계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휴대폰인데.

=휴대폰은 최고의 물건이기도 하고, 사람을 최악으로 이끄는 물건이기도 하다.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만나서 대화를 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휴대폰을 통해 교류하지 않나. 인간적 교류가 과거에 비해 많아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인간이 점점 고립되는 게 아닌가 싶다. 또 젊은 친구들이 휴대폰의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 서로 찍어주는 풍경을 보고 놀란 적 있다. 젊은 시절 이런 도구가 존재해 영화 속 상황처럼 여성들이 옷을 벗고 자신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오면 야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웃음)

-카밀, 수지, 클라라는 다른 상처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행복을 이루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여성의 욕망과 쾌락 그리고 행복을 얘기하려면 그들이 겪는 고통과 고뇌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도, 여자도 사랑에 빠진 뒤 연인과 섹스를 하고, 행복했다가 상대에게 버림을 받거나 관계가 끝나면 슬퍼하지 않나. 여성의 행복이 무언가에 종속되어 있을 때 문제가 생긴다. 섹스를 통해 집착과 고통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오랫동안 여성의 욕망을 그려오고 있는데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남성이기에 오래전부터 여성의 욕망과 쾌락에 관심을 가져왔다. 여성은 신비롭고 흥미로운 존재이며, 여성의 육체는 아름답다.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시나리오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까닭에 자세하게 밝힐 순 없다.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젊은 여성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가, 의사와 환자의 역할이 전복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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