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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영화②] 상호작용성,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례
김현수 2018-04-05

영화일까 아닐까

인터랙티브 드라마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 스크린숏.

전세계 영화계가 조만간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야 할 것 같다. 어떤 문제냐 하면, 영화가 과연 VR영상 콘텐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손꼽히는 상호작용성을 어떻게 인지할 것이냐의 문제다. 다시 말해 영화와 게임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극장에 조작 가능한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들어가는 관객의 풍경을 상상해보자. 이는 영화를 보는 것일까. 게임을 즐기는 것일까.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문의 해본 결과, “이미 완성된 연속적인 영상물이 매체에 담겨 재생되는 것을 비디오물”이라고 판단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VR영화의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라 콘텐츠의 영역이 급격하게 넓어질 것이고 상호작용성도 보다 뚜렷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지만 컨트롤러를 통해 사건이나 해당 장면 등을 조작하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청자가 줄거리를 선택하는 ‘스토리 선택 서비스’가 적용된 인터랙티브 드라마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시청자가 직접 컨트롤러를 조작해 장면마다 두개의 에피소드를 선택해서 하나의 결말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작품이다(국내에서 셋톱박스 없이 온라인으로 시청 시에 임의로 선택된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아주 단순하지만 이러한 조작, 즉 상호작용성이 보다 심화된 콘텐츠의 경우에는 어떤 등급분류 기준을 내세울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드라마 <장화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 에피소드 구조도.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VR영화들이 내러티브를 지닌 단편영화 위주로 제작되고 있고, 또 극장 개봉까지 하는 이유로 정식 등급신청을 받아야 했던 <기억을 만나다> 역시 정상적인 등급분류 과정을 거쳐 영화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위원회는 VR영화에 대해 “3D, VR영화의 기준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영화 등급분류 기준에 따라 연령 등급을 분류”하지만 위원회의 등급분류 원칙인 “전체적 맥락과 상황을 감안하되 개별 장면의 지속, 강조, 반복,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등급분류”하도록 하고 있으며 “VR영화가 등급분류를 신청할 경우에는 VR 기기를 가지고 기준에 맞고 면밀하게 영상물을 등급분류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채수응 감독의 <화이트 래빗>처럼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이루고 있지만 상호작용성 때문에 비디오물로 간주되지 못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 같다. 그러니까 “연속적인 영상물이 매체에 담겨 재생되는” 형태가 아니라 exe 실행파일에 담겨 실행되는 형태의 재생 방식, 혹은 포맷을 앞으로 영화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그 실행이란 것은 과연 영상일까, 아니면 전시일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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