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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 "스티븐 덕분에 영화감독과 스토리텔러를 꿈꾸게 됐다"
장영엽 2018-03-26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

<레디 플레이어 원>은 결국 오타쿠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영화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작품을 통해 누구보다 세계를 깊이 탐색하고 그로부터 더 많은 의미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동명 원작을 쓴 미국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이야말로 오타쿠의 현신 같은 인물이다. 그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백 투 더 퓨처>(1985)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타임머신 들로리안을 개조한 차를 타고 미국 전역을 가로지르며, 작품을 집필하지 않을 때에는 수많은 고전 비디오게임에 파묻혀 지낸다. 어니스트 클라인의 첫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그런 그가 사랑했던 20세기 대중문화에 대한 러브레터 같은 작품이다. 한때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를 보며 스토리텔러의 꿈을 키웠던 그는 어느덧 스필버그 영화에 공동 각본가로 참여하는 행운의 사나이가 되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시사에 한참 앞서, 어니스트 클라인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소설과 영화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인연에 대해 물었다.

-완성된 영화를 봤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두번 보았고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 스티븐의 영화는 소설이 묘사하는 두 세계를 놀라운 방식으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현실세계와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말이다. 영화 속 많은 요소들이 내가 책을 쓰며 상상했던 그대로 구현되었더라. 소설에 비해 달라진 점도 많은데, 스티븐은 원작의 정수를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모든 변화에 대해 나의 의견을 구했다.

-당신은 원작자인 동시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공동 각본가로 참여했다. 시나리오를 작업하며 원작과 어떤 차이를 두려 했나.

=시나리오를 집필할 당시 우리는 더 영화다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오아시스에서 열리는 대회의 몇몇 미션에 변화를 줬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다른 참가자들을 이기기 위해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하는 반면, 영화에서는 가상현실 속 뉴욕을 가로지르는 로드 레이싱 경기에 참가한다. 이러한 변화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시각적으로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고, 여전히 내 소설의 정수를 담고 있다. 나는 스티븐과 프리 프로덕션 때에도, 촬영 도중에도, 후반작업 중에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스토리텔링의 마스터이며, 그가 내리는 모든 창조적 결정은 이야기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당신이 사랑한 1980년대 대중문화 요소가 가득하다. 스필버그에게 특별히 영화에 포함시키고 싶다고 말한 것이 있다면.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 들로리안이다. 이 영화의 열렬한 팬이다. 나는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브라운 박사가 창조한 이 타임머신에 오마주를 바쳤다. 영화에도 들로리안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설렜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실제로도 들로리안 타임머신과 꼭 닮은 차를 개조해 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나.

=지금은 한대를 가지고 있지만 예전엔 두대였다. 동생에게 두 번째로 개조한 들로리안 차를 선물하기 전까지 말이다. 들로리안은 언제나 나의 드림카였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출간한 뒤 들로리안을 개조해 타고 다니며 미국 전역의 독자들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들로리안은 저자 사인 이벤트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존재다. 저자 사진을 찍을 때에도 나는 들로리안과 함께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업 파트너라고도 할 수 있겠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뭔가.

=‘레디 플레이어 원’은 아케이드 게임을 하다가 졌을 때 볼 수 있는 메시지다. 게임 속 리얼리티에 빠지기 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현실의 단어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제목으로 완벽하지 않았나 싶다.

-고전 아케이드 게임 중 <블랙 타이거>를 가장 좋아하는 게임으로 꼽았다. 그 사연을 듣고 싶다.

=<블랙 타이거>는 10대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였다. 한판을 이길 수 있었던 최초의 게임 중 하나이기도 했고. 유년 시절 <던전 앤드 드래곤> 게임을 즐겨 했는데, <블랙 타이거> 역시 그 게임과 마찬가지로 칼과 마법이 등장하는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랙 타이거>는 플레이가 무척 즐거운 게임이다.

-가상현실 세계 ‘오아시스’의 창조자, 제임스 할리데이를 구상하며 염두에 둔 인물이 있다면.

=제임스 할리데이는 몇몇 실존 인물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캐릭터다. 리처드 개리엇(롤 플레잉 게임의 선구자로 불리는 미국의 게임 개발자)과 영화감독 하워드 휴스 등이 있다. 할리데이와 오그덴 모로의 관계는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실화를 참조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비트코인이라 불리는 가상화폐가 화제다. 당신은 2011년에 출간한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이미 가상화폐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미래의 풍경을 묘사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듣고 싶다.

=가상화폐는 소설과 영화에서 함께 다루고 있는 개념이다. 사람들은 실제 세계에서, 혹은 온라인상에서 아이템을 사기 위해 ‘오아시스 화폐’ 혹은 ‘코인’이라 부르는 돈을 사용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레디 플레이어 원>이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쓰기 이전, 영화 시나리오작가를 꿈꿨다고 들었다.

=그렇다. 영화 시나리오작가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좌절을 겪었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나만의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는 시나리오작가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상상력을 훨씬 더 과감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었다면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을 쓰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필버그가 당신에게 미친 영향과 그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말해달라.

=스티븐의 영화는 내게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나는 영화감독과 스토리텔러를 꿈꾸게 됐고, 그의 영화를 통해 SF와 다른 세계에서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의 몇몇 에피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소설의 주인공 웨이드는 성배를 찾기 위해 모든 실마리를 수집한 일기장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건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에서 영향을 받은 설정이다. 나에게 스필버그의 올 타임 베스트영화는 <E.T.>(1982)다.

-당신은 작품을 통해 미국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팬보이로서의 정체성을 명백하게 드러내왔다. <스타워즈> 팬들을 조명한 영화 <팬보이즈>(2009)와 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 예일 것이다. 스토리텔러로서 당신이 지향하는 글쓰기는 어떤 것인가.

=나는 내가 독자로서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쓸 뿐이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즐겁지 않다면 누가 그 글을 읽고 즐거워하겠는가. 그런 이유로 내가 사랑하며 관심을 가지고 매혹되는 것들에 대한 글을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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