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을, <씨네21>은 블로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가고 있는 현상을 기사로 전하면서(<씨네21> 1024호 특집 ‘진화하는 1인 미디어의 세계’) 영화 정보와 평점은 궁금해하지만 더이상 검색 엔진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요와 재미있게 영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창작자라는 공급이 유튜브라는 강력한 플랫폼에서 결합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적 있다. 이번 대담에 초청한 4명의 크리에이터는 그 이후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개인 채널을 개설한 뒤 국내 유튜브 영화 채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치열한 생존 과정을 거쳐 어느덧 결실을 맺고 있는 이들에게서 지난 몇년간 유튜브를 통해 무엇을 만들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엇을 꿈꾸는지 그 생생한 경험담을 직접 들어보았다.
삐맨, ‘새로운 아이언맨 슈트가 나온 스파이더맨 홈커밍 티저분석’.
리뷰엉이, ‘엑스맨 울버린이 죽는다? 로건 예고편 분석!’.
-오늘 이 자리에 유튜브를 기반으로 영화 관련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를 네분 모셨다. 인터뷰 대담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진 촬영을 하지만, 다들 얼굴과 실명 공개를 원치 않았다.
=삐맨_ 내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지인들이 많다. 삐맨이란 닉네임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서만큼은 삐맨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고몽_ 이와 관련해서 국내 유튜브 영화 채널만의 특이점이 있다. 크리에이터가 얼굴을 공개할 경우 구독자 수가 급감하는 사례가 있었다. (일동 폭소) 우리에겐 중요한 문제였고 그래서 내레이션 방송 채널이 주로 성장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얼굴을 공개하며 시작한 김스카이가 정말 특이한 경우다.
=김스카이_ 내가 얼굴을 공개하며 시작한 이유는 어릴 때부터 즐겨봤던 노스탤지어 크리틱 같은 해외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얼굴을 드러내며 활동했던 것의 영향도 있다. 여기 모인 다른 분들과 다르게, 내 콘텐츠는 영화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재미’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얼굴 공개가 가능했던 것 같다.
=리뷰엉이_ 콘텐츠의 성격이 얼굴 공개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사람들은 영화 혹은 관련 자료 영상이 나오길 기대하지, 굳이 크리에이터의 외모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고몽이 언급한 얼굴 공개 사례가 바로 내 경우인데 얼굴을 공개하며 라이브 방송을 하자마자 구독자 500여명이 빠져나가더라. 그때 꺾인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아직도 복구가 안 된다. (웃음)
삐맨_ 리뷰엉이의 얼굴 공개 사건이 당시 우리에게 굉장히 큰 이슈였다. 가장 잘나가는 채널 중 하나라고 여겼는데 구독자 수가 떨어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해외 콘텐츠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당황해한다. 국가별 선호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유튜브쪽에서도 이를 이례적인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조회 수 vs 좋아하는 것
-유튜브에서 채널을 개설한 계기가 궁금하다. 블로그에서 유튜브로 갈아탄 경우인가.
삐맨_ 블로그 이후 세대라고 해야겠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개봉할 즈음 나는 평범한 일반 관객이었다. 영화의 캐릭터나 분석에 관한 궁금증이 생겨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다가 마침 리뷰엉이의 영상을 보게 됐다. 뿐만 아니라 발없는새, 빨강도깨비, 천재이승국 등의 채널에서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영화 관련 국내 유튜브 채널만 100여개가 넘는다. 그때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지금의 구독자 수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몽_ 나는 삐맨과 라이벌 관계로 시작했다. 소셜 블레이드라는 유튜브 콘텐츠 분석 사이트를 보면 조회 수나 구독자 수치가 늘 삐맨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우리끼리는 ‘시빌 워 차일드’라고 하는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슈퍼히어로영화 붐이 정점에 달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때 유튜브를 시작했다. 나는 전공도 영상과 전혀 관계없는 보건행정학과 출신인데 일단 시작한 거다.
삐맨_ 나 역시 영문학과 출신이다. 그리고 채널을 개설할 때 편집하는 법이나 기술적인 지식을 책으로 배우지 않고 유튜브에서 찾아 익혔다. 모든 정보가 유튜브에 있었다.
고몽_ 우리 같은 사람들, 현실에서 누가 거들떠보기나 하겠나? (웃음) 내가 만든 채널에서 시청자들이 재미있다, 좋아한다는 댓글을 달아주면 거의 중독되듯 기분이 좋아진다. 김스카이는 거의 종교적인 추앙을 받는 중이다. 중고생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김스카이 영상을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고 하더라.
김스카이_ 나는 중학생 때부터 방과 후에 DVD 대여점에 들러 영화 빌려 보고 DVD 스페셜 피처에 실린 부가영상 찾아보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걸 즐겼다. 그러다가 배우의 꿈이 생겨 연기를 공부하던 중에 유튜브 채널 개설로 진로를 전환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지만 지금은 잘 이해해주신다.
리뷰엉이_ 나는 경제학과 출신으로, 취업 준비로 몇년을 고생하다가 인턴생활을 시작했는데 내가 이러려고 고생을 했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 아무도 날 원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내가 스스로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독기를 품고 1인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크리에이터로서 첫발을 내딛던 당시를 회상해보면 어떤가. 시작할 때 무엇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나.
리뷰엉이_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만들어 올릴 것이냐, 즉 조회 수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인기 영상을 만들 것이냐,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 것이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영상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슈퍼히어로, 혹은 성적인 소재나 살인 등의 선정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제목과 섬네일을 자극적으로 만들면 사람들이 클릭한다. 그런데 그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 사이의 괴리가 컸다. 좋아하는 영화를 다루더라도 연출 분석이나 영화의 역사를 짚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
삐맨_ 우리에게 조회 수는 딜레마다.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니까. 그렇다고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자연스럽게 한번 도태되기 시작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생태계다. 결국 내가 좋아해서 보여주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고민과 선택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고몽_ 나는 초창기에는 삐맨과 생각이 같았지만 지금은 좀 다르게 생각한다. 소위 말해 조회 수가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적절히 섞으면 구독자가 늘어난다. 반대로 자극적인 영상만 올려서 조회 수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구독자 수가 낮다. 그런 경우에는 조회 수가 결코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고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 채널 개설 초기에 한동안 10만명의 구독자 수를 넘기기가 정말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2017년 4월 정도만 하더라도 발없는새, 빨강도깨비, 백수골방, 드림텔러 정도의 채널만이 구독자 10만명을 넘어섰고 그 이후 시작한 채널은 구독자 수가 늘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튜브 채널 내의 알고리즘 영향인 것 같은데 우리도 계속 배워나가는 중이다.
수익 창출 따지면 1순위가 유튜브
-처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때 다른 플랫폼도 고려해보진 않았나. 왜 유튜브를 선택했나.
리뷰엉이_ 그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유튜브가 필수였다.
김스카이_ 대유튜브 시대를 열어젖힌 인터넷계의 유재석, 대도서관님이 하신 말씀인데 과거 UCC가 사그라든 이유도 (플랫폼이 받쳐주는) 수익 창출의 문제 때문이었다. 동기부여도 되지 않아 지속될 수 없었다.
리뷰엉이_ 유튜브를 제외한 다른 플랫폼의 한계는 명확하다. 블로그, 네이버TV, 카카오 채널 등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그들은 구독자 수를 많이 늘려서 외주를 받아 제작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그것에 의존하면 콘텐츠의 오리지널리티가 손상된다. 광고주에 휘둘리게 되니까. 우리는 유튜브 자체에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고 싶은, 그리고 대중이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또 영화 홍보사 등에서 외주 광고 제의가 들어올 때 해당 영화에 대해 좋은 말만 해달라는 식으로 조건을 달면 단호하게 거절한다. 아프리카나 트위치 같은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영화를 소화하기에는 라이브 시스템이 적절하지 않다.
고몽_ 에어컨 설치기사로 일하는 친구의 경험담인데 그가 요새 어떤 집을 방문해도 아이들이 대부분 유튜브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 휴대폰으로 보거나, TV를 보고 있다면 휴대폰의 유튜브 영상을 연결해서 보는 식이라고 하더라.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게 되면 유튜브의 시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가 면밀하게 대처할 수 있는 콘텐츠 분석을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구독자의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 같다.
삐맨_ 유튜브에서 영상별로 초단위 시청 이탈률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든 콘텐츠의 어떤 점을 사람들이 지루해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고몽_ 유튜브의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은 구글 직원들도 잘 모른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시청 시간이다. 아무리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도 재미가 없어 시청 시간이 줄어들면 유튜브는 이 영상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추천 영상에 올리지 않고 사람들의 피드에서도 점점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재미없는 영상은 사라지는 시스템이다.
리뷰엉이_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 시청자들이 얼마나 냉정한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조금만 지루해져도 바로 손가락을 쓸어 영상을 닫아버리고 나간다.
삐맨_ 시청률이 낮으면 수익에도 영향을 끼친다. 많은 사용자들이 해당 영상을 보다가 10초 만에 영상을 닫아버릴 정도로 재미를 이끌지 못했다면 그것이 수익에도 반영되어 광고 수익이 최대 1/10까지 줄어들게 된다. 자극적인 낚시질로 조회 수를 100만번 이상 이끌어냈다 하더라도 이탈률을 계산해 영상을 제대로 보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면 100만회만큼의 광고 수익을 지불하지 않는다. 참고로 국내 영화 채널 사이에서 전설로 남은 사례가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그 후로 3달째 되던 날까지도 전체 조회 수가 2만∼3만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100만뷰를 넘었고, 한달 만에 6800만뷰까지 조회 수가 올라가더라. 상상할 수 없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400만뷰가 넘어가니까 트래픽이 인도, 아랍 등지에까지 도달하더라. 전체 조회 수 가운데 국내 시청자 수는 800만뷰 정도였고 나머지 6천만뷰가 해외 유입이었다.
고몽_ 우리끼리는 이 사례로 체감상 국내 유입의 최대치는 400만뷰 정도라고 판단한다. 이를 넘어가면 댓글란에 스페인어, 러시아어가 등장한다. 시스템상으로 400만뷰 이후부터 전세계로 퍼지는 것 같다. 영상 업로드 이후 3개월이 지났는데 조회 수가 2만∼3만뷰에 머물러 있으면 해당 영상은 죽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죽은 영상은 절대로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데 삐맨의 경우는 정말 예외였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어떤 플랫폼을 이용하든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로서 수익과 저작권 문제는 생계와 직결된 어려운 문제다. 관련 기업에서 이에 대한 크리에이터의 지원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김스카이_ 유튜브는 저작권에 있어서 철저한 편이다. 영상 업로드 시에 이미 저작권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일부 국가로만 제한한다든지 등의 여러 제약을 둔다.
리뷰엉이_ 나와 삐맨은 MCN 기업 ‘트레져헌터’에 소속되어 있는데 회사측에서 여러 영화의 저작권을 구매해두고 있어 일정 부분 보호를 받는다. 그리고 구글 한국지사의 보호를 받는 경우도 있다. 국내 유튜버 중에서 영화 부문 채널 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저작권 지원을 해주는 사례가 있었다.
김스카이_ 이는 구글도 윈윈인 전략이다. 유튜버들이 특정 영화에 대해 많이 다룬다면 그 영화가 구글 스토어 구매 순위에 오르기도 하니까.
리뷰엉이_ <토르: 라그나로크> 개봉 전에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구글이 협력해서 VOD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한 적 있다. 나와 삐맨, 고몽 3명의 채널이 콜라보레이션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 실제로 구글플레이스토어 가입자 수도 늘어나고 우리가 콘텐츠에서 다뤘던 해당 영화의 VOD 판매 순위도 상당히 증가했다고 하더라.
삐맨_ 이 프로모션을 한국만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각각 진행을 했는데 한국의 반응과 성과가 가장 좋았다고 하더라. 구글 본사에서 한국은 대체 어떤 전략을 썼기에 가입자 수를 올릴 수 있었냐고 신기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유튜브 영화 채널이 다른 국가에 비해 인구 대비 조회 수가 훨씬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몽_ 수익을 위해 외주 작업을 할 때가 있다. 영화 홍보사에서도 우리를 많이 찾는데 그럴 경우에는 영화를 마음대로 비판하기가 힘들다. 홍보사나 영화사가 원하는 방향대로만 따르면 조회 수도 오르지 않고 구독자도 잃을 우려가 있다. 구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회 수나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김스카이_ 시청자도 외주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차린다. 그래서 나는 거꾸로 외주 작업임을 당당하게 알리면서 광고주와 나, 구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콘텐츠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모두가 보기에 재미만 있으면 댓글로 사람들이 ‘숙제한다’고 이해해주더라. 그래서 최근에는 영화 유튜버 최초로 번역기 애플리케이션 광고도 진행했다. (웃음) 숙취해소제 광고도 섭외가 들어온 적 있는데 10대 구독자들이 많아서 그것은 도저히 못하겠더라.
고몽_ 그리고 크리에이터는 아이디어를 써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수익에 초조해하기 시작하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누구든 처음 시작할 때는 수익을 전혀 기대하지 말고 즐긴다는 마음으로 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리뷰엉이_ 유튜버 중 99%가 한달에 100달러도 못 번다는 통계 자료를 본 적 있다. 3월 현재 신규 유튜버들은 수익 창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 유튜브 자체에서 수익화를 막아놓았다. 애드센스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
김스카이_ 기본 구독자 1천명 이상, 전체 콘텐츠 중 24만분의 시청시간을 이뤄내야 수익 창출이 가능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너무 많은 채널이 개설되는 것, 불필요한 정보의 유입을 자체적으로 필터링하는 과도기인 것 같다.
평론가 영역은 건드리지 않는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포털 사이트 검색보다 유튜브 채널에서 정보를 찾는 사용자 비율이 많아졌다. 유튜브 영화 채널을 찾는 시청자는 주로 어떤 경로로 유입되나.
리뷰엉이_ 채널마다 다르겠지만 트래픽 비율을 살펴보면 영화 제목을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 유입자 중 5% 미만이다. 대부분 구독자이거나 혹은 유튜브 메인 페이지의 추천 영상에서 소개해줘서 유입되는 사람들이다. 예외로 김스카이의 경우는 유입자 대부분이 김스카이를 검색해서 들어온다.
고몽_ 많은 대중이 영화 커뮤니티나 <씨네21> 같은 사이트를 찾지 않더라도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에서 편하게 정보를 얻어가는 것 같다.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률보다는 유튜브로의 유입이 훨씬 간편하고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유튜브 시스템의 변화에 발맞추어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 구독자와 소통할지 또는 각자의 채널을 어떤 성격으로 꾸려나갈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고몽_ 영화를 둘러싼 깊이 있는 정보 전달이나 해석은 우리가 할 수 없다. 쉽게 말해 평론가의 영역은 우리가 건드릴 수 없다. 우리는 전문가의 곁가지에 머물면서 즐거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낼 것이다. 감독의 의도를 뚜렷하게 들여다보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자신은 있다. 그 색깔을 유지해나갈 것이다.
김스카이_ 최종적으로 영화나 연극에 도움이 되는 채널이 됐으면 한다. 나도 내가 만드는 영상들이 유익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웃음) 지금은 웃음과 재미를 주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대중이 잘 모르는 독립영화나 배우들을 어린 10대들에게 소개해주는 역할도 하고 싶다.
리뷰엉이_ 나는 대중이 원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 사이에서 균형을 잘 이뤄내고 싶다. 자극적인 소재만 찾는 것은 아주 쉽지만 결코 좋지 않다. 개인적인 목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영화에 대한 안목을 좀더 기르고 싶다.
삐맨_ 영화를 둘러싼 숨은 이야기들을 잘 찾아내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고, 그중에서 1인자가 되고 싶다. 당장 편한 선택을 하기보다는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시각도 더 키워나가고 싶다.
리뷰엉이
▶ 구독자 수는 23만9천여명. 2016년 2월에 채널 개설. 영화 리뷰를 포함해 드라마, 코믹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려다가 불합리한 기업의 생태를 직접 겪고 난 뒤,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자”고 결심해 영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다른 유튜버들과 마찬가지로 영상 매체 전반을 다룬다. 영화를 다룰 때 영화와 당대의 사회 이슈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즐겨 만든다.
김스카이
▶ 구독자 수는 20만1천여명. 2016년 5월에 채널 개설. 고등학생 때부터 유튜브를 즐겨봤던 유튜브 키즈 출신. 유튜브 기반 크리에이터 중에서 독보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스스로도 영화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드립’ 위주의 재미를 추구하는 영상물을 제작한다고 한다. 다른 영화 채널 크리에이터와 달리 시작부터 얼굴을 드러낸 채 활동 중이다. 그가 운영하는 ‘김스카이의 영화담’ 채널의 주요 시청층은 10대에서 20대다.
삐맨
▶ 구독자 수는 38만3천여명. 2016년 4월에 채널 개설. 고몽과 선의의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경쟁하듯 콘텐츠를 만들다가 어느새 채널 전체 조회 수가 1억뷰를 넘어섰다. 영화 관련 크리에이터 중에서는 독보적인 수치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매료되어 채널을 시작하게 된 마블 키즈 출신. 주로 예고편을 분석하거나 감독, 배우, 제작자 인터뷰 등의 소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안팎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내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고몽
▶ 구독자 수는 37만6천여명. 그는 재미없는 영화에서도 재미있는 매력을 찾아내 소개하는 것을 즐긴다. 점잖은 척 하다가도 위트 있는 드립력으로 시청자를 웃기는 데 주력한다. 삐맨과 경쟁하느라 그 역시 채널 전체 조회 수가 1억뷰를 넘어섰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고몽이 좋아하는 영화 혹은 ‘무협’과 같은 좋아하는 주제의 콘텐츠를 종종 제작한다. 최근에는 강동원, 히스 레저 등 배우를 주제로 한 특집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