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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없는 반항>
2002-04-17

아이들의 아우성

Rebel Without A Cause 1955년, 감독 니콜라스 레이 출연 제임스 딘 <EBS> 4월21일(일) 낮2시

“영화란 곧 니콜라스 레이다” 일찌감치 그의 재능을 발견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말이다.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은 1950년대 레이 감독의 영화를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벗어나지 않고, 그리고 장르영화 테두리 안에서 작가적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의 전 과정, 다시 말해서 촬영과 편집 등을 수미일관하게 지휘했으며 독창성이 넘치는 시각적 표현을 스크린에 각인했다. 대개, 레이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고독하다. 그가 공동체에 저항하면서 외롭게 싸움을 하는 인물을 특별히 사랑했던 탓이다.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 연기하는 짐이라는 캐릭터는, 바로 그런 ‘공동체와 타협하지 않는’ 캐릭터의 좋은 사례다.

새로운 마을로 이사온 짐은 경찰서에서 주디와 플라토라는 친구들을 만난다. 짐은 주디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낀다. ‘도슨’ 고교에 진학한 짐은 버즈를 만나는데 주디와 사귀고 있던 그는 짐에게 절벽에서 자동차 경주를 하자고 제안한다. 버즈가 실수로 목숨을 잃자 짐은 방황한다. 다른 학생들에게 쫓기던 짐과 주디, 그리고 플라토는 빈 저택으로 도망친다.

<이유없는 반항>은 청춘영화의 고전 반열에 오를 자격이 있다. 학교에 전학온 학생, 가죽 재킷과 청바지, 자동차 경주, 어른들과의 숨막히는 대결 등 영화는 청춘영화의 고전적 공식을 촘촘하게 나열한다. 짐이 고교에 처음으로 등교하는 시퀀스는 이후 수많은 청춘영화에서 반복해 인용된 바 있다. 낯선 교정에 발을 디딘 그는 급우들과 가볍게 실랑이를 벌인다. 짐과 사랑하게 되는 주디는 다른 남자친구와 킬킬대며 짐에게 은근슬쩍 추파를 던진다. 천문대에서 허공에 맺힌 화면을 쳐다보며 별자리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 역시 감동적이다. 이렇듯 영화의 장면들은 이후 MTV 등 미국 대중문화의 다양한 영역에 반영되어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유없는 반항>을 통해 제임스 딘은 당시 확실한 청춘스타가 되었는데 만사 귀찮다는 듯 촬영에 임했던 그의 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관객들에겐 호소력이 있었던 것이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인물 심리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색채와 배경, 그리고 빛의 명암을 통해 인물 내면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길 즐겼다. <이유없는 반항>에서 레이 감독은 낮과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교묘하게 배치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원색의 사용으로 짐 일행의 심리적 불안감을 노출한다. 예컨대 짐과 주디가 붉은 계열의 의상을 걸쳐입을 때 그들 심리는 잘 전달된다. 사랑을 느끼거나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픈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 영화는 짐과 주디, 그리고 플라토가 대안적 가족을 꾸리는 것으로 향한다. 어른의 간섭없이, 아이들은 스스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들이 되어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이건 1950년대뿐 아니라, 청춘의 영원한 이상향이자 판타지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