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라는 ‘가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세장의 음반을 발표했지만 히트곡이라고 할 만한 곡은 없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은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혀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그의 음악적 정서는 ‘한국적’이고, 그건 국악기를 사용한다거나 5음계의 선율을 고집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3인방’이라든가 ‘그의 음반이 중고음반점에서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에 거래된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은 진부한 사족일 것이다. 어쨌든 그는 한대수나 김민기 같은 ‘다수의 전설’은 아니더라도 ‘소수의 컬트’로 남아 있다.
몇달 전 그가 새 음반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를 만나보기 위해 여러 군데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그를 만날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동안 그를 보기 힘들었던 이유도 함께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그를 ‘전원주택이나 라이브 카페를 소유한 인물’로 착각할지 몰라서 설명한다면, 그가 사는 곳은 수도권에서도 한참 멀리 떨어진 강원도의 산중이다.
그의 삶은 휴대폰과 PDA를 들고 자동차를 한두 시간 몰고 가서 인터넷이 들어오는 별장에서 잠시 쉬다 오는 낭만적(이자 얼치기) 전원생활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보도자료에 ‘돔(dome) 형태의 구조물’이라고 표현된 곳은 그의 거처이자 작업실은 ‘콘테이너 건물’이다. 산중으로 은둔하려는 계획은 제도권 음악시스템에서 지치고, 게다가 몹쓸 병에 걸려 3년간 병원 신세를 진 뒤 내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경기도 양평의 강변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곳마저도 ‘전원(?)카페’와 ‘러브(?)호텔’로 어지럽혀지자 더 멀리, 더 깊숙이 은둔하게 되었다고 한다.
직접 만나본 그의 모습은 음악을 듣고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귀기 어린 듯한 목소리와 여린 기타의 울림을 듣고 괴팍하고 선병질적인 인물이라고 지레짐작했지만 그는 자상하고 친절했다. “10년 넘게 은둔하면서 어떻게 지내셨습니까”라는 질문에 “특별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차분히 대답했고, “자신에게 누구의 음악이 영향을 미쳤느냐”는 평론가의 상투적 질문에 대해서도 넓고 모호하게만 이야기했다. 제도권 음악시스템에 대한 환멸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분노’ 같은 감정을 쌓아두고 있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음악을 하면서 살아가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어떤 일을 하게 되는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일을 하게 되어 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변했다. “젊은 친구들이 ‘한국적’ 정서에 공감할지 의문이다”라고 넌지시 우려를 표해도 “그건 요구한다고 될 일은 아니죠”라는 여유있는 반응이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이 “마음이 어지러울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 되기를 바란다는 소박한 바람만을 표해왔다.
그의 말을 듣고 있다보니 전원생활이나 은둔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평소에 가지고 있던 환상이 산산히 부서져내렸다. 그 대신 은둔 역시 일종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두수의 싸움은 이번 음반에 실린 “추상(追想)”이나 “Romantic Horizon” 같은 전위적인 곡을 들으면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이런 싸움이 도시에서의 아귀다툼 같은 것은 아니라곤 해도….
우파 아니라 좌파에게도 김두수와 같은 삶은 ‘뒤처진’ 삶일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머리를 들이밀지 않으면 앞서 나갈 수 없는 현대 남한사회에서 저런 생활양식은 비웃음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은둔이 수동적 도피인가 적극적 창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그게 대안적 생활양식들 중 하나라는 점에 이의를 달기는 힘들 것 같다. 은둔하지 않는 자들의 탐욕스럽고 낭비로 가득한 삶이 은둔하는 자들보다 생산적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는 이런 글을 보고도 ‘도대체 나보고 왜 그러지’ 하면서 어리둥절해 할지 모른다. 그건 그만큼 나를 포함한 한국인 대부분은 대도시의 광기의 삶에 적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경 곤두선 채 그닥 지킬 것도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삶…. 그래서 나도 언젠가 떠날 것 같다. 과연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때 할말은 미리 준비해 놓았다. 무리들이여, 안녕! 신현준/ 반문화주의자 http://homey.w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