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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⑯] <PMC>(가제) 김병우 감독 - 상상할 수 없었던 군사작전이 펼쳐진다면
김현수 사진 오계옥 2018-01-08

<PMC>(가제)

감독 김병우 / 출연 하정우, 이선균 / 제작 아티스트컴퍼니, 퍼펙트스톰필름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8년

● 시놉시스_ 판문점 30m 아래 지하 벙커의 비밀 회담장에서 글로벌 민간군사기업(PMC) 블랙 리저드가 군사작전을 펼친다. 그로 인해 블랙 리저드의 리더인 에이햅(하정우)과 팀원들은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에이햅은 그 안에서 북한 군의관 윤지의(이선균)와 조우하게 된다.

● 포인트 : 전장을 체험하듯 현장감 극대화_ <PMC>는 복잡한 국제 정세로 얽혀 있는 판문점 지하, 즉 밀폐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국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군사작전이 펼쳐지는 영화다. 김병우 감독은 인물의 상황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체험할 수 있는 액션” 컨셉을 구상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교전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체험할 수 있게끔 카메라의 시선 처리를 의도했고, 주인공 에이햅의 시선이 다가갈 수 없는 교전 상황은 드론숏이나 다양한 카메라앵글을 통해 현장감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김병우 감독

남북한의 오랜 갈등은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국제 정세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매우 영화적인 소재다. 하지만 그동안의 한국영화에서는 쉬이 다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PMC>(가제)는 가상의 미래에 펼쳐지는 남북한의 대치 상황을 배경으로 활용하되 정치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 영화가 진짜 관심을 두는 것은 따로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상상할 수 없는 군사작전이 펼쳐진다면? 그리고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독특한 위치에 놓인 인물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면? 데뷔작 <더 테러 라이브>(2013) 이후 또 한번 극한상황에 내몰린 인물의 이야기를 선택한 김병우 감독을 사로잡고 있는 키워드는 강렬한 영화적 ‘체험’이다.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민간군사기업(PMC)을 소재로한 영화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어디였나.

=시작은 근미래 배경의 현대전을 근거로 한 2차 한국전쟁이라는 키워드를 고민하면서부터다. 이런 가상의 상황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텐데 그럼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를 상상해봤다. 그러다가 PMC에 도달하게 됐는데, 이 조직은 국가 정규군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국가가 결합되어 파생된 조직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하나 미국이나 중동, 혹은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활용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추가적으로는 남북전쟁 발발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든 미국과 중국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서 이야기를 구상해나갔다.

-배우 하정우와 데뷔작에 이어 두 번째로 작업하게 됐다.

=<더 테러 라이브>가 개봉하고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났는데 연락이 와서는 귀국하면 같이 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 뭔가 준비되어 있을 줄 알았더니 별 게 없더라. (웃음) 그때 이야기했던 키워드가 지하 벙커였다. 거기에 더해 예전부터 고민했던 남북한의 2차 한국전쟁이라는 상황을 결합해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하정우가 연기할 에이햅은 최강의 글로벌 민간군사기업 블랙 리저드의 한국인 리더다. 상대역인 이선균은 북한 군의관 윤지의 역을 맡았다. 두 배우의 조합도 이전에 다뤄진 적 없어 신선하다.

=하정우가 에이햅을 연기함으로써 캐릭터가 보다 사람다워졌다. 연기도 워낙 잘해냈지만 영어 대사나 에이햅의 디테일한 행동을 직접 연기하면서 계속 고쳐나가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이선균의 캐스팅 역시 두 배우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끌렸다. 극중 두 인물이 처음 만났을 때 상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 의도에 잘 맞는 캐스팅이었다.

-기획 단계에서 군사학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에 관해서도 다양한 조사가 필요했겠다.

=맨땅에 헤딩하듯 정말 많은 책을 찾아봤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만 해도 ‘PMC’라는 걸 말로만 들었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어떤 성격인지 구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 남북 대치상황과 북핵 문제를 다룬 온갖 책들을 섭렵했다. 일본, 중국 저자들의 책도 많았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사건을 다루는 영화와는 달리 사전지식을 습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용병 에이햅은 한국 국적은 아니지만 남한에서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일반적인 영웅의 면모와는 다른 갈등을 보여줄 것 같다.

=사실 감독으로서 진짜 고민은 현대전도 국제 정세도 아니다. 영화 속 교전 상황이나 위기는 인물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본질은 관객이 에이햅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이상하고 못된 인물일 것 같았던 에이햅이 겪게 되는 위기 상황을 관객이 따라가면서 결국엔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영화가 끝날 무렵 관객이 에이햅에 대해 믿음이 형성된다면 성공하는 거다.

-일종의 전쟁영화 촬영장 같았겠다.

=너무 오래 찍었다. (웃음) 4달 동안 79회차를 찍었는데 한두 회차 빼고는 모두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10곳 넘는 세트를 지어 촬영했는데, 지하 벙커 내에서도 다양한 공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화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현대전을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다양한 교전 상황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액션을 비롯해 <PMC>의 전체 촬영 컨셉을 이야기한다면.

=일반적인 전쟁영화에서의 교전 장면은 쏘는 사람과 맞는 사람만을 반복해 보여줄 뿐이다. <PMC>는 모든 상황이 에이햅의 시야에서만 보여진다. 관객은 에이햅이 볼 수 있는 정보만 얻게 되는데 단순히 에이햅의 시점숏(POV)을 보여준다는 개념이 아니다. 영화의 시선이 에이햅이 머무는 공간에서만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장르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설정이기도 한데 그보다는 그것이 에이햅이란 인물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지하 벙커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전작 <더 테러 라이브>와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왜 이 포맷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이라면 내가 갖고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아서? (웃음)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앞서 고민한 결과다. 관객은 내게 ‘왜 또 이런 영화를 선택했어?’라고 묻기 이전에 그저 재미있기를 더 바랄 것이다. 실은 <더 테러 라이브>에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는데 그걸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더 잘 만드는 기회가 되도록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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