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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③]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 휴식 같은 영화... 영화 장면이 떠오를 때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18-01-08

<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 /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 제작 영화사 수박 / 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 / 개봉 2월 말~3월 초

● 시놉시스_ 시험, 연애, 취업,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은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자급자족하는 인생을 시작한다. 고향에서 다시 만난 혜원의 오랜 친구 재하(류준열)는 대기업에 합격했지만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태어난 고향에서 자란 은숙(진기주)은 가끔 일상에서 벗어난 다른 삶을 꿈꾼다. 혜원은 두 친구와 겨울에서 봄, 여름에서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다.

● 포인트 : 사시사철, 김태리의 영화_ “정말 다르다. 일본판은 잊어도 된다. (웃음)” 미리 영화를 본 홍보사에서는 요리를 구경하는 재미를 주던 일본판에 비해 혜원의 감성에 보다 집중하는 점을 한국판의 특징으로 꼽았다. 또한 <킨포크> 잡지풍으로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같은 리듬을 보여줬던 일본판과 달리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청춘물의 느낌도 담고 있다고. 모니터 시사회 후 일본판 관계자들도 “일본판과 많이 다르다. 한국판은 유머가 많아서 좋았다”는 감상을 전했다고 한다.

임순례 감독

<리틀 포레스트>는 네번의 크랭크인과 네번의 크랭크업을 했다. 도시를 떠나 고향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시작한 혜원(김태리)의 1년을 담기 위해 계절별로 2~3주씩 촬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산수유가 만개하는, 황금 들판이 익어가는, 사과꽃이 피는 순간 등을 포착하기 위해 촬영 일정 조정에 심혈을 기울였던 독특한 현장이었다. 동명의 원작 만화가 일본에서 영화화된 후 한국에서 개봉하기도 했지만 결과물은 꽤 다르다. 지난해 <리틀 포레스트>가 수집한 자연은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일상에 치이느라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던, 가깝지만 먼 한국의 풍경이다.

-직접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촬영했다.

=처음에는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스탭들은 삽질도 못해서 보기 답답했는데 막판쯤 되니까 아주 능수능란해졌더라. (웃음) 영화를 찍으며 만난 자연의 아름다움은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선물이다. 촬영 전에는 참깨꽃을 보고 안개꽃이라고 하고 청개구리나 황소를 처음 본다고 말하던 스탭들이 집 앞에 있는 나무가 계절별로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참깨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라는지 알게 됐다.

-자연의 풍광을 찍을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일본판에는 상상 장면도 등장하지만 우리는 리얼하게 찍었다. 거기에서 좀더 밝게 가는 게 중요했다. 주인공인 김태리씨가 칙칙하게 나오면 주 타깃층이 좋아할 것 같지 않더라. (웃음)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6)의 이승훈 촬영감독을 섭외했다. 그가 참여한 <최악의 하루>는 내가 본 것 중 한예리씨가 가장 예쁘게 나온 작품이다.

-김태리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한, 김태리가 관건인 프로젝트라는 의미로 들리는데.

=다른 배우도 나오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기본적으로 김태리의 영화다. 전체 47회차 중 47회차를 촬영했다. 태리씨가 기본적으로 자연을 잘 이해하는 성향을 갖고 있고 워낙 밝아서, 혜원이라는 캐릭터와 실제 모습 사이에 괴리가 거의 없다. 내부 시사회가 끝난 후 태리씨 소속사 이사님도 “태리랑 똑같네”라고 했다. (웃음)

-그외에 혜원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진기주와 류준열이, 어머니로 문소리가 등장한다.

=나머지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기준도 김태리와의 조화였다. 진기주씨는 영화를 처음 찍는 신인이었지만 미팅을 하면서 태리씨와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해 캐스팅했다. 모니터링 시사회를 해보면 진기주씨에 대한 호감도가 아주 높다. 류준열씨는 건강하고 젊은 시골 청년의 느낌을 갖고 있는데 그게 캐릭터와 잘 맞았다. 혜원의 어머니는 딸을 두고 집을 나간다는, 한국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캐릭터다. 공감대를 만들어줄 수 있는 배우의 연기력이 중요했다. 문소리씨에게 제안했을 때 흔쾌히 수락해줬다.

-동명의 일본영화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젊은 여자가 도시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엄마에 대한 상처를 치유한다는 기본 세팅은 같다. 대신 음식이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한국 관객이 우려할 만한 지점을 수정했다. 우편집배원이 집에 찾아와서 엄마 편지를 전해주고 같이 농담하는 게 일본판에서는 자연스럽게 보이는데,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나. 여자 혼자 외딴 시골에 산다는 것에 관객이 기본적으로 안고 있을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했다. 그래서 고모나 친구들이 가까운 곳에 살고, 집을 지키는 오구라는 이름의 진돗개가 있다는 설정을 넣었다.

-감독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기도 하니 왠지 영화에 진돗개 외에도 다른 동물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 (웃음)

=엄청 많이 나온다. 개, 닭, 거미, 청개구리, 달팽이, 애벌레…. 전부 이름도 붙여줬다. 사실 일반적으로 촬영현장에서 동물을 아주 섬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데 우리 현장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벌레를 2층 높이에서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밑에 모포를 깔고 그들의 생환을 확인한 후 뽕나무에 놔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다른 스탭들도 학습이 됐는지 개구리나 메뚜기를 잡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놔주더라.

-여성 원톱에, 시골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요즘 한국영화의 추세와 정반대에 서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관객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작품을 손익분기점을 확보하는 선에서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그게 김태리라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영화가 큰 예산이 들어가고, 과하게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런 작품도 있다고 보여주고픈 욕망은 있었다. 관객이 휴식 같은 영화를 보시고 가끔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를 때 마음이 편안해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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