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에 등장하는 수많은 군 장비와 미사일, 북한군 전력 시스템과 국내 특수부대원들의 작전 흐름, 그리고 그들의 세세한 동작 하나에까지 깊이 관여한 인물이 있다. 영화 전체의 군사 자문 역을 맡은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양욱 수석연구위원이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의 시나리오를 쓴 다음 제작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문가에게 모니터링 및 촬영장 전반의 군사 자문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국방부와 방산업체를 오가며 컨설팅과 연구 자문을 해오던 양욱 위원은 양우석 감독이 방대한 군사 지식을 지니고 있어 놀라웠다고 한다. “웹툰과 시나리오가 이미 국제정세와 군사학 등에 탄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자연스레 영화 전체 자문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국제 정세에 따른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시했고, 북한이 핵도발을 위해 작전을 꾸밀 때 탈취하는 MLRS(동시에 여러 발의 로켓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발사포체계)에 대한 디테일한 자료를 제작진에 전달했다. 영화 제목의 유래이기도 한 이 미사일 체계는 특정 지점에 폭발물의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투사하기 위해 성형(成形)된 성형작약탄의 일종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폭발 효과, 이른바 ‘강철비 장면’은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양욱 위원은 또 북한군 특수부대가 병원에 침투하는 장면의 작전 흐름도 지휘했다. 양우석 감독이 “북한군이라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물었고 양욱 위원이 실감나는 진짜 특수 작전 흐름과 동작 등을 만들었다. 배우 조우진은 따로 그의 사무실을 찾아와 실제 군사 작전 시에 필요한 동작들을 배워가기도 했다. 아무래도 “무술감독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조율했다”라고 말하는 양욱 위원은 사실 영화 자문이 이번이 두 번째다.
90년대 후반 군사 전문지 <컴뱃암스> 창간 멤버로 참여해 전문 지식을 글로 풀어내던 그는 당시 <쉬리>의 군사 자문 역할을 맡았다. 자문이라는 것이 다른 파트 팀원들의 일을 지적하는 것처럼 비치고 또 “결혼식 당일 아침까지 스테디캠을 들고 촬영하던 촬영팀을 보며” 촬영현장의 고된 맛을 봤다. 그는 이후 영화와의 연을 잠시 끊고 특수전 장비 무역 일을 하다가 국내 1세대 PMC(민간 군사 기업) ‘인텔엣지’의 CEO로 활약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군사컨설팅, 인도양 상선 경호 등의 일을 해왔다. 현장은 물론 군대 관련 드라마 번역, 수십권의 군사학 관련 저서 집필, 네이버 무기백과사전 기획 등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일까지 겸해왔다. 또 다른 영화 자문 의뢰가 오면 얼마든지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그를 영화 촬영현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북한군의 주력 무기들
그의 사무실 한켠에 진열된 군장비 프라모델은 대부분 북한군 주력 무기를 본뜬 모형들이다. 그는 이 프라모델을 만져보면서 영화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것들이다. 스커드미사일이나 전투기 같은 모형을 직접 조립해보며 적의 전력이나 움직임 등을 시뮬레이션해본다. 북한군이 핵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알려진 게 없어 모르지만 기존 데이터를 통해서 추론해볼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