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여진 생활 안에서 루틴(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을 되풀이하며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현재의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렵거니와 힘을 내라고, 이겨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한몫한다. 나는 한껏 힘을 내고 있는데, 더 힘을 내는 건 불가능한데 말이다. 그래서 그토록 우리는 여행을 꿈꾸고,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을 꿈꾼다.
JTBC의 <용감한 타향살이: 이방인>은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과 각성, 한껏 담은 감성을 풀어내려 노력한다. 최근 관찰 예능들이 그러하듯 세 지역의 이방인들이 교차하여 화면을 채워나간다. 뮌헨의 선우예권씨, 뉴욕의 서민정씨, 그리고 미국 텍사스의 추신수 선수 가족. TV에서는 이들의 화려함을 데커레이션으로 삼고,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과 어려움, 그럼에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동질감에 대해 그려내려 한다.
추신수 선수의 1천만달러가 넘는 저택, 서민정씨가 아이의 등교 후 맨해튼에서 시작하는 다이어트 댄스,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루프탑에서 보는 뉴욕 야경과 워터파크를 방불한다는- 자막에서 설명하는- 수영장 모습. 이들이 이런 (세속적인 입장에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결과론적으로 TV에 비치는 이들의 생활이 과연 우리가 바라보고 싶은 이방인의 모습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남는다. 하지만 조금은 더 지켜보려 한다. 화려함 뒤에 있는 이들의 삶을 다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 방송 간간이 미소 짓게 만드는 삶의 작은 조각들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도 공통적인 것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