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전공한 모든 이들이 감독이나 배우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와 방송, 게임과 VR 등 영상 표현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영화인’이라 부를 수 있는 직업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의 교육 방침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통에 기반해 감독과 배우 양성에 집중하는 학과도 있는 반면, 영화 투자 및 배급, 마케팅 등 비즈니스 감각을 기르는 과정을 추가하거나 후반작업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도 늘었다.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해 영화학과 진학을 망설이는 이라면 주목하시라. 영화를 업으로 삼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영화연출 및 제작 분야
“영화를 사랑하는 마지막 단계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말이다. 운명 같은 영화를 만난 적 있는 이들에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한재림·윤성현·김종관·조현훈 감독 등 상업영화 및 독립영화에서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는 많은 감독이 학부 시절부터 영화연출의 문법을 익혔다. 최근에는 실용 교육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며 많은 학과가 실기수업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학생들은 워크숍 등의 강의를 통해 신입생 때부터 1년에 최소 1~2편의 영화를 만든다. 학부 시절 완성한 작품으로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경우도 많다. 촬영, 조명, 편집 등 제작 파트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정정훈 촬영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은 한국에서 입지를 다져 해외까지 진출한 모범 사례다. 이 밖에도 영화 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PD를, 이미지 연출보다 스토리텔링에 재능이 있다면 시나리오작가의 길을 추천한다.
영화 투자·배급·수입·홍보·마케팅 분야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 좋은 영화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회사로는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가 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영화 홍보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마케팅도 중요한 부분이 됐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강점인 이들이라면 비즈니스 감각을 살려 홍보나 마케팅 분야로의 진출을 고려해보자. 중소 규모의 투자·배급사에서는 투자·배급과 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분야를 고루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영화 수입·배급사에서 해외영화를 수입해 국내에 알리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영화 외 방송, 광고, 게임 등의 분야
영상의 시대다. 페이스북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TV드라마는 웹드라마로 인해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영상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프로덕션이 생겨나는 등 영화과를 졸업한 후 영상 관련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공중파와 종편, 케이블TV 등 방송사 PD로 진출하거나 촬영이나 편집 등 기술직으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게임에서도 스토리텔링과 영상미가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르며 게임기획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영화평론가 및 기자, 극장 및 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 이론에 해박하고 감상기를 자신의 말로 풀어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영화 기자나 평론가의 길을 고려해보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평론상, <씨네21> 영화평론상 등에서 수상하면 영화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씨네21>과 같은 매체 기자가 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팟캐스트와 영화 소개 TV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기자가 늘고 있다. 글을 쓰는 능력뿐만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영화제 현장의 분위기에 매료된 이들은 극장이나 영화제 프로그램팀에서 일을 시작해 프로그래머를 꿈꿔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