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아이템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흥미롭다. 한동안 ‘제주도’는 매우 유효한 방송 아이템이었고, ‘여행과 오디션’은 최근 4~5년간 절정에 이르렀던 소재들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권리를 조명하는 방송들도 하나둘 생겨났고, 이젠 이 모든 것들이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한발, 두발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했다.
SBS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이하 <내 방 안내서>)는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지만, 여기서 이들은 가장 개인적이고 문화적인 공간인 각자의 방을 공유한다. tvN <배우학교>에서 역시 배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던 박신양이 첫 번째 손님이다. 혜민 스님, 전 체조선수 손연재와 방송인 박나래도 합세한다. 이들은 자신의 방으로 찾아올 낯선 이들을 위해 단골집들에 ‘안내서’를 배포하고, 일상생활을 하나씩 느끼도록 배려한다. 그리고 서로의 방으로 떠난다. 외국으로의 여행은 가장 흔한 방송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KBS2 <미녀들의 수다>에서 시작해 JTBC <비정상회담>으로 불붙은 외국인의 TV 출연은 최근 MBC 에브리원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정점을 이루었다고 하겠다. JTBC <나의 외사친>과 지금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 <내 방 안내서>는 그 물결에 올라탔지만 나름대로 깊이 있는 변화를 모색하는 프로그램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크게 내세우는 무기는 역시 ‘내 방’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 그들과의 깊은 교감이다. 이제 우리는 외국의 여행 명소를 비추어주고 맛집을 소개하는 여행자 모드에서 거주자 모드로 변환하기를 원한다. 다음에는 무엇을 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