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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세 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은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남자 미스미(야쿠쇼 고지)와 그의 변호를 맡은 유능한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중심으로 한 법정 드라마다. 살인을 순순히 인정했던 미스미가 살인을 부정하면서 끝나는 이 이야기는 결국 ‘법정에선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말하는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중 가장 서늘하고 어두운 작품으로, 감독은 “좋은 의미로 관객을 배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 번째 살인>이 처음 공개된 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3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올해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교장으로, ‘십년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의 책임 프로듀서로, <세 번째 살인>의 감독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각별한 영화제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

=<환상의 빛>(1995)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부산국제영화제와 쭉 함께 걸어왔다. 나의 경력과 영화제의 역사가 거의 비슷하게 시작됐고, 그 시간 동안 나 자신은 얼마나 성장했나 돌아보게 된다. 나의 성장에 관해선 자신이 없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20여년 동안 무엇을 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생각하면 경의를 표하게 된다. 김동호 이사장과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두 사람의 얼굴이 있었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내게 무언가 요청하면 어떤 형태로든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이다.

-<세 번째 살인>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영화인가.

=<걸어도 걸어도>(2008)를 찍고 난 뒤 생각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한번 범죄를 저지른 뒤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의 이야기였는데 끝까지 진행하지 못했다. 일본 사회에선 재범률이 높다. 출소한 뒤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이기보다 배제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어 전과가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법정의 사람들은 진실을 밝히는 데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이번 영화를 기획하면서 어느 변호사와 얘기를 나눴는데, 법정은 당사자의 이해를 조정할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왔던 것 같다. 이전에 보류했던 이야기와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쳐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여기까지 흘러왔다.

-서부극을 참고했다고 들었다. 어떤 지점을 참고한 건지, 그리고 어떤 영화들이 레퍼런스가 됐는지 궁금하다.

=인물의 대결 구도를 짜는 데 서부극의 도움을 받았다. 서부극 중에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작품들, <황야의 무법자>(1964)와 <석양의 건맨>(1965) 같은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들을 참고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2.35:1의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영화를 찍었다. 언급한 두 영화는 그 비율을 잘 활용한 서부극이기도 하다. 그 영화들에서 인물의 이마와 턱이 잘리는 타이트한 클로즈업숏들이 흥미로웠고, 클로즈업숏과 롱테이크를 유심히 보면서 어디까지 카메라가 대상에 다가가도 좋은지 고민을 많이 했다. 미스미와 시게모리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접견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의 경우, 서부극의 대결 장면처럼 긴장감을 표현하려 했다. 그들이 직접 총을 빼드는 건 아니지만. (웃음)

-접견실 유리벽에 비친 두 사람의 얼굴을 점차 한 사람의 얼굴처럼 포개는 마지막 대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은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서도 함께한 촬영감독 다키모토 미키야의 작품이다. 애초 콘티에선 다른 설계를 했는데, 다키모토 촬영감독이 현장에서 조명을 여러 각도로 비춰보더니, 이렇게 찍으면 두 인물이 하나로 포개져 보인다고 하더라.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상징하는 것 같은 멋진 그림이어서 설계해둔 콘티를 현장에서 바꿨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졌다가 포개졌다가 또 멀어지면서 긴장을 만들어내는데, 그런 의미가 담긴 촬영이었다.

-영화는 ‘진실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영화는 ‘진실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영화를 본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답 이상의 것은 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웃음) 10명의 관객이 있으면 10개의 답이 있는 거다. 그리고 만약 영화에서 미스미가 저지른 두 번째 살인 사건에 대해 신문기자가 기사를 쓴다면 아마도 이렇게 쓸 것이다. ‘범인이 처음엔 살인을 자백했는데 나중엔 그걸 부정했다.’ 우리가 쥐고 있는 진실이란 것도 결국 딱 그만큼의 진실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그것을 뛰어넘는 해석과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안개가 걷히면서 고귀한 해답에 도달하게 되는 영화가 아니라 그것과는 반대의 길을 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올겨울에 찍게 될 것 같다.

-그러면 내년에는 신작을 만날 수 있나.

=아마도.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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