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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①]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 - 영화만이 주는 강렬한 체험이 있다
이주현 사진 이동훈 2017-10-23

<마더!>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논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거다.” 그렇다면 <마더!>는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영화다. 종교적 상징과 세계에 대한 알레고리로 가득한 <마더!>는 일종의 멸망을 향해가는 창세기다. 영화는 집으로 찾아온 무례한 손님들, 그들을 관대하게 품어주는 남편(하비에르 바르뎀), 그런 남편 때문에 힘겨운 아내(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상징을 발견하는 재미, 폭주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끼는 재미가 큰 작품이다. <블랙스완>(2010), <노아>(2014)보다 더욱 격렬한 영화 <마더!>를 들고 한국을 처음 찾은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을 만났다.

-5일 만에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는데, 어떤 생각과 질문이 실마리가 되어 탄생한 이야기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과 역사를 담으려 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다. 단순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자연을, 지구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된다는 얘기 말이다. 자연이 삶의 모태가 되기 때문에 대자연(mother nature)이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의 존재를 태초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를 항상 해보고 싶었다.

-전작인 <노아>에 이어 <마더!>도 종교적 세계관을 모티브로 차용했다. 창세기의 인물이나 종교적 이야기가 당신에겐 흥미로운 이야기의 원천인가.

=나는 스스로를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는 무척 오래된 이야기다. 동시에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성경을 경전으로 가지는 종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무릎을 탁 쳤던 순간이 있다. 그게 언제냐면 성경의 창세기 이야기, 예수의 이야기 그리고 요한계시록을 생각해냈을 때다. 이것이 성경 전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고 그 순간 이 영화의 전체 구조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인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방식은 없겠다 싶었다. 창세기에는 특히 기적이 많이 등장한다. 창세기는 리얼리즘에 기반을 둔 책이 아니다. 몇 백년을 살았다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전세계를 휩쓸었다는 홍수 이야기도 그렇고, 굉장한 의미를 함축한 이야기다. 사실 사람들이 창조론과 진화론으로 진영을 나눠 옥신각신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창조론이 진짜냐 아니냐 하는 논쟁 말이다. 그것이 진짜냐 아니냐를 떠나서, 상징적 이야기 그 자체가 가지는 힘을 믿는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타락한 세상에 대한 분노도 계속해서 얘기해오고 있다.

=지금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싶을 때가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잘못된 무언가를 바로잡을 방법이 무엇인지 자문할 때가 됐다고 본다. 내가 살았던 세상과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그리고 내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은 많이 다를 것이다.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받는 선물이 참 많은데, 그런 것들이 이제는 점점 고갈되고 있다. 자연의 균형마저 완전히 깨져버리려 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과 좌절을 느끼고 화를 내게 된다.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마더!>는 ‘보았다’기보다 ‘체험했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영화다. 2시간 동안 제니퍼 로렌스의 입장이 되어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상황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했다. 이처럼 관객이 마더의 입장이 되어보길 바랐나.

=바로 그거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경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건 아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을 텐데, 말하자면 <마더!>는 아주 강렬한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다. 영화관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관객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그’를 시를 쓰는 예술가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종의 상징이다. 그가 상징하는 건 창조주인 신인데, 신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이 아니겠나. 알레고리나 상징을 보지 못한다면 단순히 부부의 결혼생활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로만 보일 텐데, 영화 속 상징을 읽는다면 <마더!>는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차기작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관심 가는 주제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는 없다. 좀 쉬면서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다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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