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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메이드> 더그 라이먼 감독 - 톰 크루즈와 배리 실 모두 용기 있는 히어로다

지난 6월 3일, 런던 시내에 위치한 코렌시아 호텔에서 <아메리칸 메이드>의 감독 더그 라이먼을 만났다. <아메리칸 메이드>는 파일럿이자 마약 밀매꾼이며 CIA의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산 실존 인물 배리 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감독과의 인터뷰가 있기 하루 전인 6월2일 평단과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엄숙한 분위기로 영화를 관람하던 기자 중 몇몇은 일부 장면에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고, 몇몇은 영화가 끝난 뒤 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아메리칸 메이드>가 “2017년의 최대 흥행작 중 한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기자들 사이에서는, 조종석에 다시 앉은 톰 크루즈의 약간의 후덕함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미모와 위트, 연륜이 묻어 오히려 섹시한 능글맞음에 대한 찬사가 내내 이어지기도 했다. 더그 라이먼을 만나 <탑 건>(1986) 이후 근 30여년 만에 파일럿 자리에 다시 톰 크루즈를 앉힌 속내와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에 이은 톰 크루즈와의 작업에 대해 들어봤다.

-톰 크루즈가 대단한 배우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독 역시 여러 인터뷰에서 그와의 작업이 무척 즐거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와의 작업이 유독 즐거운 이유가 궁금하다.

=최근의 톰 크루즈를 이야기할 때 그가 보여주는 스턴트 액션에 대한 찬사가 특히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가 두려움이 없어서 이런 어마어마한 액션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본 그는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것 이상을 하려고 생각하고 실제로 도전하는 배우다. 그는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하면서도 함께하는 감독이나 스탭에게는 언제나 배려심이 넘칠 뿐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인다. 그와 처음 작업했을 때, 그렇다. 그라고 언제나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웃음) 당시 나는 한참을 그에게 어떻게 내 의견을 마음 상하지 않게 전달할지를 두고 고민한 끝에 어렵게 입을 떼었다. 그런데 내가 “그게 말이지…”라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그가 바로 “엉망이었죠?”라고 응수를 하는 게 아닌가. 다음은? 우린 그 장면을 여러 번 다시 촬영했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여러 장소에서 꽤 여러 번에 걸쳐 했는데, 나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자 내가 여전히 톰과 일하는 것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솔직한 것, 나는 ‘최고의’ 영화를 만들 때 감독과 배우, 스탭간에 필요한 최고의 덕목은 바로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톰과 나는 우리가 언제나 실수할 수 있고, 또 실패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솔직하게 알려줄 수 있는 톰과 같은 동료가 있어서 이번 영화 역시 촬영하는 내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배리 실은 어떤 면에서는 기회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른 영화 속 실존 인물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확실히 ‘영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도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쁜 행동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 것들에 용기내어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영웅적인 행동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사실 배리와 톰 둘 다 영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배리 실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것은 그가 가진 대범함 혹은 창의적인 모험심 때문이었다. 그는 CIA의 요청으로 니카라과에 불법적으로 총을 실어나르는 비밀 업무를 했다. 그런데 총을 전달한 뒤 텅 빈 비행기에 코카인을 채워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고 재미있었다.

-영화 곳곳에 코미디적 요소들도 보인다.

=다시 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번 영화에서 웃음 코드를 담당하고 있는 그와 사라 라이트가 함께하는 몇몇 장면은 사실 즉흥적으로 추가된 부분들이 많다. 정말이지 톰은 유머감각까지 가진, ‘배우’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무엇인지를 아는 ‘작가’ 같다. 또 이를 어떻게 연기해야 가장 잘 전달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기도 하다.

더그 라이먼 감독.

-톰 크루즈가 파일럿을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누구라도 <탑 건>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에게 파일럿 역할을 맡기면서 분명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텐데, 그가 실존 인물인 배리 실과 외모가 많이 닮지 않았음에도 그를 캐스팅한 데에는 이런 의도도 있었나.

=나 역시 동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파일럿으로 톰을 캐스팅하게 되면 대중이 당연히 <탑 건>을 연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우리 영화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도 있었다. 30여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파일럿이 된 그를 보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고. (웃음) 어쩌면 이번 영화는 배리 실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면서 매버릭을 불법 비행기에 태워 각종 불법을 저지르게 한 영화로 기억될 수 있다는 상상도 하긴 했다.

-다른 배우들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사라 라이트라든지 돔놀 글리슨의 연기도 뛰어나다.

=사실 나의 어머님이나 누이들은 성격이 다소 센 편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내 영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남자들에 비해 센 부분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라 라이트는 이런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의 입장에서 톰 크루즈 같은 대스타와 연기한다는 것이 어쩌면 위축될 수도 있을 법한데 말이다. 사실 사라는 캐스팅 오디션 때 첫눈에 루시 역할에 적임자라는 느낌이 왔었다. CIA의 경우, 이전에도 몇번 다루기는 했었는데 돔놀 글리슨은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해오던 전형적인 CIA 요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어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각각의 작품들간에 연관성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매번 의식적으로 다른 소재나 형식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내가 배리 실이라는 인물의 매력에 빠진 것은 그가 위험천만한 모험 속에 자신의 삶을 던졌다는 데 있다. 내가 영화를 선택할 때도 그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항상 다음 작품을 고를 때면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 작품과 함께, 다시 한번 스스로를 위험천만한 모험에 던져넣을 수 있는가, 라고 말이다.

-<아메리칸 메이드>를 만들며 스스로 가장 위험천만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언제였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항공 촬영과 자동차 추격 신 모두 쉽지 않은 과제였다. 현실감을 위해 톰은 이 모든 것을 스턴트 없이 스스로 하겠다고 하니, 더욱 긴장이 많이 됐다. 특히 항공기가 가진 한계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너무 무거워서 갑자기 멈춰야 하는데 활주로가 짧아 나무에 부딪혀야 하는 순간들을 사실성에 기반해 표현해야 했었는데,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배리의 일생 중 최고의 드라마틱했던 시절을 2시간 안에 담아내야 한다는 점이 아니었나 싶다.

-이 영화를 아버지에게 헌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미 상원에서 배리 실의 범죄 행각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는데, 아버지가 조사위원 중 한분이셨다. 아버지 덕분에 상원에서의 조사 과정을 세세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아버지가 조사 과정 중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사건을 대하셨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버지의 유머감각을 이번 영화에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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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PI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