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드라이버> 현장에서의 에드거 라이트 감독(왼쪽).
단언컨대 9월 14일 개봉을 앞둔 <베이비 드라이버>는 올 초가을 한국 극장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다. 인터넷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5%의 신선도 지수를 기록한 이 작품은 장르적 재미와 재기 넘치는 유머, 근사한 사운드트랙을 장착한 매력적인 오락영화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감독 에드거 라이트는 첫 미국영화 연출작인 <베이비 드라이버>를 통해 보다 큰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입증해 보였다. 지난 7월 중순,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베이비 드라이버>에 관해 나눈 전화 인터뷰를 여기에 옮긴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이 곡으로부터 영화의 모티브를 얻은 건가.
=그렇지는 않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베이비 드라이버>를 좋아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드라이버 캐릭터에 대한 생각은 이전부터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이 곡을 다시 들었는데 영화의 타이틀로 삼기에 완벽했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프로젝트라고 알고 있다.
=이 영화는 22년 전 <베이비 드라이버>의 오프닝 트랙이기도 한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Bellbotoms>를 들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평소 운전 중에 음악을 즐겨듣고, 음악은 내 일상에 동기 부여가 되어주는 존재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위험한 일을 하는 주인공이 범행 장소에서 탈출하는 동안 사운드트랙을 필요로 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평소 어떤 유형의 뮤직 리스너인지 궁금하다. 음악을 얼마나 듣는지, 특별히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인지, 이번 영화의 O.S.T 중 평소 가장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지 말해달라.
=음악은 매일 듣는다. 특별히 좋아하는 뮤지션을 굳이 꼽자면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를 좋아한다. O.S.T 중에서도 역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오늘은 포커스의 <Hocus Pocus>라는 곡이 끌린다.
-베이비 드라이버를 연기한 앤설 엘고트의 캐스팅이 탁월했던 것 같다.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3년 전에 우연히 앤설을 만났는데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었다. 또 그가 몇년 동안 음악 활동도 해왔다는 점이 작품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영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해왔는데, 이번 영화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촬영했다. 그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그중에서도 애틀랜타를 선택한 이유는.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2010)는 캐나다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베이비 드라이버>가 미국에서 실제로 촬영한 첫 작품이다. 미국에서의 촬영은 재미있었다. 원래 이번 작품은 LA를 배경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이후 작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애틀랜타가 더 잘 어울리는 로케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애틀랜타라는 장소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다. 실제로 현지에서 영화가 도시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아서 기쁘다.
-<베이비 드라이버>를 구상하며 영향을 받았던 영화를 말한다면? 월터 힐 감독의 <드라이브>(1978)가 떠오르더라.
=월터 힐의 영화가 없었다면 <베이비 드라이버> 역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10대 때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고 확실히 이번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목소리 카메오로 깜짝출연한다.
-당신은 장르와 관습을 다양하게 뒤섞은,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누구와도 같지 않은 영화를 만든다. 감독으로서 최근의 관심사와 고민이 궁금하다.
=이번 작품이 내가 처음으로 연출한 자동차 액션영화인 데다 음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부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매번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