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데이미언 셔젤이 될 수 있을까. <이모 더 뮤지컬>은 록 음악의 한 갈래인 ‘이모’(EMO)에 빠진 한 고등학생이 새 학교로 전학을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얼핏 전형적인 하이틴물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자신의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이모 더 뮤지컬>로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영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받은 닐 트리펫 감독의 참신한 첫 행보는 어딘지 데이미언 셔젤을 연상시킨다. 제2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닐 트리펫 감독을 만났다.

-첫 장편영화로 베를린에 이어 한국까지 방문했다.

=<이모 더 뮤지컬>의 단편영화를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했었다. 영제너레이션 부문에서 특별 언급된 덕분에 호주 영화진흥기구에서 제작을 지원받아 장편영화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었다. 운 좋게 장편 <이모 더 뮤지컬>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그 덕분에 충무로뮤지컬영화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웃음) 단편영화를 연출할 때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일어나는 중이다.

-자신의 단편을 장편화한 점, 음악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만든 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데뷔를 연상시킨다.

=영광이다. 다만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달리 단편을 만들 때 장편까지 염두에 두고 기획한 건 아니다. 단편의 이야기를 좀더 깊이 파고들 여지가 있었고, 감사하게도 이를 실현할 기회가 왔다. 뮤지컬은 보통 밝고 화사한 느낌인데 암울하고 어두운 음악 장르인 이모와 결합했을 때 빚어지는 충돌을 다루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고등학교 밴드를 배경으로 하는 가벼운 하이틴 코미디 정도로 접근했다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내가 학교를 다닐 때 보고 듣고 느낀 여러 가지 갈등과 고민을 가미했다.

-전형적인 하이틴 성장 드라마로 나아갈 것 같다가 종교, 성정체성, 약물 등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지적한다. 무엇보다 이를 깔끔하게 정리해내는 솜씨가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들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용에 대한 영화다.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작은 시골 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대학에 들어갈 때 새로운 공동체에 어떻게 적응할지 고민이 많았다. 호주는 다양한 배경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다. 종교, 동성 결혼 등은 호주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보이는 주제다.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차이가 드러나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그리려 했다.

-이모는 어두운 감성과 어두운 패션을 중심으로 한 록 음악의 한 갈래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모는 어떤 음악인가.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펑크를 기반으로 팝 요소를 가미한 음악인데 연주자들의 짙은 화장, 창백한 메이크업, 검은 머리카락 등 스타일이 중요하다. 이모는 이모셔널(emotional)의 약자다. 개인적인 감정이 중요하다. 청소년의 불안이 반영된 만큼 타인에 대한 관용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사도 솔직하고 직접적이라 재미있다.

-영화음악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고 들었다.

=공동으로 했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은 전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으로 하고 싶었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나 지미 이트 월드 등 밴드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실 데뷔작을 독립영화, 그것도 뮤지컬영화로 만들면서 주변에서 무모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지점이 많은데도 호의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 올해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개막작 <시카고>는 영화와 공연이 어우러진 즐겁고 놀라운 무대였다. 준비 중인 차기작은 뮤지컬영화가 아니지만 언젠가 뮤지컬에 어울리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다시 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