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여점은 유난히 외국인 손님이 많다. 미대사관, 일본문화원, 프랑스문화원, 사우디대사관 등이 대여점 주변에 있는 데다 종로학원가 일대에서 강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살고 있고, 심지어 인사동 여관에 살고 있는 배낭족과 조계사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스님들까지 ‘영화를 보기 위한 열정’ 하나로 우리 대여점으로 모여든다.
어느 날, 외국인 손님이 대여를 하고 나간 직후, 아르바이트 동식이가 “누나, 저분 이제 한국말 잘해요”라는 것이었다. 외국인이면 무조건 ‘영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들과 별 불편함 없이 대화를 나누었지만, 동식이의 말인즉 우리 대여점에 오는 외국인 고객들 대개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이 대단해 자신은 의도적으로 한국말로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툴긴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로 시작해 꼬박꼬박 “안녕히 계세요”로 인사를 하고 나가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국문화원장 마크 봄 필드가 우리 대여점에 온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그 역시 한국말로 자연스럽게 인사할 정도는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주 들르는 타이여인도 이젠 옆집 아줌마처럼 나와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됐다. 나날이 그들의 한국어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 정말 기특할 정도다.
더 웃긴 것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 못할지라도 인간끼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얻은 것이다. 한국인과 똑같은 생김새를 했지만, 한국어와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한 외국인이(아, 그는 몽골인이었다) 30분이나 나를 괴롭힌 뒤에 <브레이브 하트>를 빌려간 적이 있다. <리쎌 웨폰>의 멜 깁슨을 가리키고, 그림을 그리고, 칼싸움 하는 동작을 시연해보이는 등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한 뒤에 그는 결국 원하던 것을 얻어갔다. 그도 이제는 한국말을 좀 한다.
이주현/ 영화마을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