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트랙’이라는 재미있는 장치를 고안한 드라마가 나왔다. tvN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는 한회를 30분씩 나눠서 2017년 현재와 2037년 근미래의 이야기를 병행한다. 시간여행 드라마들이 과거에 개입하거나 미래를 보고 현재를 바꾼 평행세계를 가정하는 것과 달리 <써클>은 단일한 시간선을 다룬다. 긴 종이테이프에 2017년과 2037년을 각각 표시하고, 뒤를 접어서 앞으로 겹친다고 생각해보자. 두 지점 사이에 고리가 생기고 20년의 시간은 고리 안쪽으로 감춰진다. 이어진 두 세계가 만드는 써클, 드라마의 시작점이다.
사라진 쌍둥이 형을 추적하는 김우진(여진구)이 이끄는 파트 원. 20년 전의 쌍둥이 형제 실종사건에 매달리는 형사 김준혁(김강우)의 파트 투가 복선과 단서를 주고받는 구성은 한 사람의 인생을 청년과 노년 시절로 교차해 엮는 영화나 서술 트릭을 쓰는 소설과도 닮아 있다. 그리고 더블트랙 구성의 다른 목적은 극중 신경과학과 대학생 우진이 언급했던 ‘망각곡선-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손실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에빙하우스의 가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다음회 방영까지 짧게는 하루에서 닷새가 지나는 연속극의 특성상, 단서와 복선은 상당 부분 잊히기 마련이다. 한국 드라마는 망각을 보완하기 위해 주로 플래시백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VOD로 ‘몰아보기’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주 단위 연속극이 남발하는 플래시백은 긴장을 떨어뜨리는 잉여분이다. 어쩌면 <써클>은 두 파트를 잇달아 보게 하는 더블트랙 구성으로 몰아보기의 최소단위를 고안해낸 게 아닐까? 쓸데없는 플래시백이 줄었으니 꽤 괜찮은 절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