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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꼭 봐야 할 추천작 ⑭ <아홉 번의 삶을 사는 고양이>
장영엽 2017-05-22

<아홉 번의 삶을 사는 고양이> The Cat Has Nine Lives

울라 슈퇴클 / 독일 / 1968년 / 92분 /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독일의 페미니즘영화사는 바로 이 작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독일의 첫번째 페미니즘영화로 언급되곤 하는 울라 슈퇴클의 장편 데뷔작 <아홉 번의 삶을 사는 고양이>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 여성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혹은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슈퇴클의 말이 이 영화의 기획 의도를 대변하는 듯하다. 1967년 여름이 배경으로, 프랑스인 안느가 독일 뮌헨에 사는 기자 친구 카타리나를 방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근교로 여행을 떠나고 파티에 참석하는 등 장소를 옮겨 대화를 나누는데, 그 가운데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과 욕망,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그녀들이 느끼는 한계와 여성들의 은밀한 성적 판타지가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부터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여성, 환상 속에 사는 여성,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직업에 임하는 여성까지 특별할 건 없지만 그동안의 시네마에서 쉽게 소외되어왔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부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울라 슈퇴클은 때로는 다큐멘터리적인 필치로, 때로는 판타지적인 필치로 우리와 다르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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