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낮, 봄비가 내렸다. 창비의 시(詩) 앱, ‘시요일’에서 도종환 시인의 <라일락꽃>이 떴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화면 아래쪽, ‘정보’란을 누르니 시인 도종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인이 쓴 다른 시와 시집들이 소개돼 있었다. 1998년 시집 <부드러운 직선>에 수록된 <최후의 꽃>을 클릭했다. “향기를 버리지 않음으로/ 끝까지 이름을 버리지 않는/ 허리 꺾지 않음으로 끝내/ 살아온 자기 길 버리지 않는.” ‘공유하기’ 기능을 통해 두편의 시를 친구에게 선물했다.
‘시요일’은 출판사 창비가 새롭게 론칭한 시 애플리케이션이다. 시 같은 단문은 모바일과 SNS에 최적화된 콘텐츠라는 점을 고려해, 짧은 호흡의 독서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1975년 신경림 시인의 <농무>로 시작해 400번대에 들어선 창비 시선은 물론, 동시·청소년시 등 창비가 갖고 있는 3만3천여편의 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고은, 신경림, 정희성 등 원로 시인들부터 안희연, 신미나, 박연준 등 신진들의 시집까지, 220여 작가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시 읽는 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큐레이션 기능과 독자들의 능동적인 반응까지 담은 앱은 처음이다.
긴 글을 읽기가 부담스러울 때, 인용할 만한 시 구절이 필요할 때, 시요일의 폭넓은 큐레이션 서비스가 빛을 발한다. ‘오늘의 시’는 매일 날씨와 계절, 절기에 맞는 좋은 시를 엄선해 배달한다. 시로 하루를 열고 싶은 사람들이 사랑할 만한 코너다. ‘테마별 추천시’는 감정 상태, 장소, 상황 등 20여개가 넘는 테마에 따라 시를 골라 읽는 코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나이가 든다는 것’, ‘혼자 있는 당신에게’ 등 독자들의 공감을 이끄는 테마들로 꾸려져 있다. ‘시요일의 선택’에서는 책, 그림, 음악, 영화, 여행, 반려동물 등 문화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 필진의 유익한 글이 담겨 있다. 시를 어렵게 느끼는 이들을 위해서 박성우 시인이 고른 시와 해설도 만날 수 있다. ‘맞춤 검색’은 시요일만의 강점이다. 시·시집·시인·본문을 기준으로 모든 시를 검색할 수 있고 감정·주제·기념일·소재 등 원하는 태그와 키워드로 감성에 맞는 시를 검색할 수도 있다. 섬세한 큐레이션과 검색 기능은 시인들과 교사들이 참여한 3만여편의 시 분석 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소셜네트워크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마이 페이지’ 코너에서는 자신이 스크랩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시들을 한눈에 모아볼 수 있다. 또한 배경색, 글꼴, 여백 등 뷰어를 취향대로 꾸밀 수 있고, 스크랩 기능을 통해 언제든 주변 사람들에게 시를 선물할 수도 있다. 낭송음원이 있는 시는 해당 본문에서 시인의 목소리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앱 론칭 기념으로 4월 말까지는 무료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5월부터는 한달 요금 3900원에 시요일을 즐길 수 있다. 선집과 시 전집 단행본은 추가로 업데이트될 계획이며, 번역시, 시조 같은 고전시는 물론 참여를 희망하는 출판사의 시선집과 시인들의 작품집도 탑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