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감독이 촬영 중인 목포신항의 세월호 육상 거치 현장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는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지금 이 시각에도 현장의 카메라는 쉼없이 참사의 흔적과 상처 입은 사람들을 기록한다.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 세월호 탑승 생존자들에 관한 영화들은 꽤 있지만 영화인들은 영화에 대해 말하는 데 더없이 신중한 모습이다. 혹여나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의 입장보다도 영화화된다는 사실이 주목받게 될까 싶어 깊이 우려한다. 그 가운데에서 공개 가능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작품들을 먼저 소개한다. <다이빙벨>(2014)에 이어 극장에서 개봉한 세월호 관련 두 번째 다큐멘터리인 <나쁜나라>(2015)를 만든 김진열 감독이 <나쁜나라2>를 촬영 중이다. 김진열 감독은 “유가족분들의 내면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려 한다”고 운을 띄우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에 대해 언급했다. “세월호 관련 내용으로 탄핵 인용이 되지 않은 데 대해 많은 유가족분들이 절망스러워했다. 곧이어 세월호가 인양된 만큼 유가족분들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재출범과 특별법 개정을 위해 달리고 있다. 참사 이후 3년이 흘렀는데도 국가는 진상 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유가족들이 처한 상황도 변한게 없다는 데 답답함을 느낀다.” 내년 상영을 목표로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김재영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장편다큐멘터리 <416 합창단>을 촬영 중이다. 세월호 유가족 일부와 ‘평화의나무 합창단’ 단원, 신학생들이 함께 만든 416 합창단에 대한 영화다. 김재영 감독은 “참사 500일을 맞아 416 합창단이 광화문 합동 공연을 하는 걸 보고 계속 좇았다. 노래가 잠시라도 위안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라며 내년 봄 완성을 목표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역시 내년 세월호 4주기에 맞춰 <망각과 기억> 그 세 번째 시리즈를 공개하려 한다.
복진오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 중 한명인 세월호 수중 수색에 참여한 잠수사
이승구 감독은 미수습자 가족들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친구의 조카가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기존 언론의 오보 속에서 독립 프로듀서인 네가 진실을 말해줄 거라 믿는다’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진도로 내려갔다. 마지막까지 남겨진 사람들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마 전 이 감독은 그간의 기록을 영화로 만들어도 좋다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출연 동의를 받았다. “부모님들이 ‘3년간 함께 현장을 기록해온 이승구 감독이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꼭 만들어줬음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만큼 잘 마무리하고 싶다.” 복진오 감독은 참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세월호 수중 수색에 참여한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안에 <로그북>이라는 이름으로 결과물을 내려 한다. “잠수사들이 바닷속에서 구조와 수색을 해온 과정, 참사로 생긴 트라우마로 치료와 치유의 과정을 겪는 잠수사들”에 관한 얘기다. 한편, 오멸 감독은 세월호 관련 극영화 <인어전설>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전 국가대표와 제주 해녀들이 서로의 삶에 동화돼 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