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음악 등 문화산업 전체가 사드 때문에 난리다. 사드 도입에 대한 찬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한한령’은 당장의 현실이다. 한한령이라는 정치적 결단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정치적인 판단으로 미뤄둘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예견된 사태이자 점점 더 악화되는 한한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대응은 미룰 수 없는 문제다. 그런데 바로 그 대응이 정말 가관이다.
지난 3월 16일 문체부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름하여 “콘텐츠산업 해외 진출 긴급 지원 대책 추진”. 사드를 사드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너무 비굴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사드 피해 대책을 말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정작 문제는 그 대책이라는 것이 “콘텐츠업계 피해신고센터 운영”과 “대중국 사업 피해 업계를 위한 긴급자금 지원”(매출 10% 감소 시 긴급경영안정자금 한도 10억원, 금리 3.35% 융자)이 전부라는 점이다. 딱 잘라 말하자면 지금 10억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전혀 긴급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정말 ‘의미 없다’.
더 웃긴 건 영진위다. “중국 한한령과 관련된 피해 사례가 있다면 대책수립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면서 “한한령에 따른 업계 피해현황 설문조사”를 뿌렸다. 그리고 내놓은 대책이 3월 23일 “중국피해신고센터/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이란 공지사항이다. 그대로 옮기자면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의 한류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중국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인데, “영화해외비즈니스컨설팅 신청절차와 동일하게 운영”한다고 한다. 그럴 거면 ‘중국피해신고센터’라는 명칭을 왜 갖다붙이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국번 없이 1357)에 문의하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거기에 해외비즈니스지원 홈페이지(KoBiz)는 영진위 보도자료를 링크한 게 전부다. 이걸 보고 ‘앵무새’라 하면 너무 비아냥일까?
현업의 예견된 피해상황에 대해 준비했어야 맞다. 100명이나 되는 조직에 인력이 없다 할 것인가? 피해상황 조사는 이메일 설문조사만이 아니라 현장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피해구제대책은 문체부의 발표만을 앵무새처럼 따라할 게 아니라 영화계와 머리를 맞대고 좀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영진위의 법적 지위만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 지위와 권위는 스스로의 행동이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사드 피해 문화산업 공동대책회의”로 업계가 모이고 있으니 이제라도 함께할 일이다.